쇳물 생산성이 포스코에 가져다준 '2000억'

지난 6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광양제철소 3고로가 지난 4월18일 일일 출선량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쇳물을 생산해내는 고로에서 하루동안 제조된 선철(쇳물)의 생산량을 뜻하는 일일 출선량 기록은 제철회사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다.


같은 고로에서 생산해내는 쇳물의 양이 많아지면 그만큼 매출과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 고로를 하나 짓는데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고 한번 지으면 수십년을 사용해야 하는 제철소 입장에서는 가동중인 고로의 출선량을 늘리는 것은 매일매일 풀어야하는 숙제나 다름없다.

포스코가 출선량 신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면서 세계 최고 생산성을 갖춘 제철소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3고로는 지난달 18일 하루동안 1만4350톤의 쇳물을 생산해냈다. 이는 일본 오이다 2고로가 지난해 3월28일에 세운 1만4200톤을 뛰어넘는 세계 신기록이다. 전 세계에 가동중인 590여개 고로 중 가장 많은 쇳물을 생산해냈다는 의미다.


특히 광양 3고로는 내용적이 4600㎥로 일본 오이다 2고로 5775㎥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이상호 광양제철소 2제선 공장장은 "일본 오이다 2고로와 같은 용적이라면 30% 가까이 많은 쇳물을 생산해낸 셈"이라고 말했다.

광양 3고로는 4월 중 월간 일일 평균 1만3651톤의 쇳물을 생산해(출선비 2.97T/D/㎥), 3000㎥급 이상 대형고로 중에서 월간 평균 최고 출선비 세계 신기록도 함께 달성했다.

출선비는 고로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고로의 일일 생산 톤수를 고로의 내용적으로 나눈 것이다. 내용적이 1000㎥인 고로의 평균 일일 생산량이 1000톤일 경우 출선비는 1.0이다.

광양 3고로가 추가로 만들어낸 쇳물의 양을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생산성 향상'이 가져다준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4월18일 기록한 일일 출선량을 기준으로 한 광양 3고로의 연간 생산 쇳물은 524만톤. 이는 지난해 11월 개수(改修) 직후의 생산능력 연간 385만톤보다 139만톤 많은 것이다.

늘어난 쇳물을 이용해 톤당 70만원하는 열연강판을 만든다고 하면 9730억원의 매출 증대효과가 있다. 포스코의 1/4분기 영업이익률 21%를 적용하면 204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포스코의 고로 생산성은 광양 3고로 국한되지 않는다. 포스코에서 가동하고 고로는 포항 5기, 광양 5기 등 모두 10기.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높다. 철강 제조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일본의 신일철도 쇳물을 만드는 제선 기술만은 포스코의 우위를 인정하고 배우고 싶어할 정도다.

광양 3고로가 지난달 세운 출선비 기록도 포스코의 포항 3고로가 갖고 있던 기존 기록(2008년 3월, 2.95T/D/㎥)을 깬 것이다. 포스코 내 고로 간에 세계 최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찰스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등 투자전문가들이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꼽는 것도 이같이 높은 생산성에 근거하고 있다.

포스코의 높은 고로 생산성은 운전과 정비의 일체화 등 관리 방법의 혁신과 원료 잠입, 용융물 배출 등 기술적인 부분이 결합된 결과다.

이상호 공장장은 "높은 출선비는 작은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며 "현장직원들이 한번 체크할 것을 두번 체크하고 문제점들을 사전에 고치고 이런 노력들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용광로가 보통 2년후부터 최고 실적을 내는데는 광양 3고로는 5개월만에 기록을 세웠다"며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일 출선량 1만5000톤, 출선비 3.25(T/D/㎥)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