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비싼 '봉안당 PF' 경계령

"봉안당(납골당)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아시나요." 흔히 부동산PF하면 아파트, 리조트, 골프장 등을 개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봉안당 역시 수익성이 높아 한때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잘만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사업으로 부상했다. 위치 선정 등을 잘못하면 지방의 '깡통 아파트'처럼 '쪽박'을 찰 수 있지만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리 리턴)에 기대하며 이 사업에 뛰어든 곳이 나타났다.


◇봉안당 PF＝A사는 경기 인근에 400억원을 들여 봉안당 시설을 완공했다. 사업 승인 전 토지 매입 자금은 저축은행에서 조달했고, 이후 은행권을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양률이 저조해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저축은행은 물론 은행에서 빌린 대출이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됐고 급기야 봉안당을 매물로 내놨지만 사겠다는 업자도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만기를 조성해 아파트처럼 분양하는데 방문판매 형식의 영업이 주를 이룬다"면서 "위치,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깡통 아파트'처럼 공사비도 못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A사는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봉안당PF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장례문화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국의 화장률은 2001년 38.3%에 불과했으나 2005년 52.6%, 2006년 56.5% 등으로 높아졌다.

서울시도 봉안문화 정착을 위해 구별로 수억원을 지원했다. 그만큼 봉안당 건설허가를 받기가 수월해진 것이다. 초기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봉안당PF가 유행처럼 추진되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도 속출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업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요청하는 문의가 들어왔다"면서 "사기성이 짙어 PF대출을 실행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아파트보다 비싸다?＝봉안당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아파트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공·사설 봉안당이 있다. 공공은 50만원선으로 저렴하지만 분양권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반면 사설의 경우 가격이 4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3.3㎡당(평당)으로 환산하면 아파트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있다. 개별 관리가 가능한 봉안탑과 봉안묘도 있는데 가격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한편 저축은행에선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납골당(봉안당) 담보대출'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유골을 봉안당에 안치하고 봉안당 회원증서 원본을 담보로 하면 300만원 한도로 연리 17%에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만기는 3년으로 상환 후 증서를 돌려받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