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슬금슬금 시가총액 3위 부상

"응? 언제부터 SK텔레콤이 시가총액 3위야?"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업종의 대장주 SK텔레콤 (51,200원 ▼500 -0.97%)의 시가총액 순위가 한 달 사이 네 계단이나 올라갔다. 한국전력 (19,210원 ▼40 -0.21%), 신한지주 (51,100원 ▲1,600 +3.23%), 현대중공업 (156,700원 ▼500 -0.32%), KB금융 (84,400원 ▲1,200 +1.44%)의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 홀로 소폭 오른 덕이다. SKT의 22일 주가는 지난달 초에 비해 9.4% 올랐다.


22일 현재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18조 1062억원으로 삼성전자 (81,800원 0.00%), 포스코 (370,500원 ▲5,000 +1.37%)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9월 22일만 하더라도 SK텔레콤의 시가총액 순위는 코스피 종목 중 7등이었지만, 그 순위가 근래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9월 24일부터 신한지주의 주가가 9일 연속 하락하는 동안 SK텔레콤은 소폭 상승하면서 6위로 올라섰다. 이달 8일에는 8.53% 폭락한 현대중공업과 자리를 바꿔 5위가 됐다. 이어 10일에는 한꺼번에 두 계단을 뛰어올라 3위로 등극했다. 지주회사전환을 위해 14일간 거래를 정지했던 국민은행이 KB금융으로서 복귀하자마자 주가가 폭락했고, 한국전력 주가도 13.60%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말을 쉬고 맞이한 13일에는 다시 순위가 두 계단 내려가 5위가 됐다. 상승장에서 KB금융, 한국전력의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날에는 현대중공업이 14.93% 반등함에 따라 다시 6위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튿날인 15일 현대중공업이 다시 5.41% 하락하면서 SKT는 5위를 되찾았고, 16일에는 은행주 폭락 탓에 KB금융과 신한지주가 10% 이상의 하락함에 따라 3위로 부상했다. 이 순위는 22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때 SK텔레콤은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던 기업이었다. IT버블이 아직 맹위를 떨치던 2000년 상반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면서 10위권 바깥까지 미끄러졌고, 순위는 결국 그 언저리에서 안정됐다. 그러다가 이번 금융위기를 맞아 다른 대형주들이 폭락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덕에 시가총액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린 모양새다.

정승교 우리투자 연구위원은 "원래 통신업종은 경기방어주로서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같은 경기방어주에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의존하기도 해서 그 효과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통신주 중에서도 SK텔레콤은 선발사업자라 수익구조가 탄탄하다"며 "원래 한국 통신사들이 지나치고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으로 고생했는데 최근 망내할인이나 의무약정제 등이 대두되며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SK텔레콤 측은 "투자자 입장에서 경기가 안 좋다고 모든 주식을 다 팔 수는 없다 보니 그나마 통신업 주식을 사는 듯한데, 회사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