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올 D램 생산량 목표 낮춰

삼성전자가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량을 5% 정도 줄인 가운데 올해 D램 생산량 증가율 목표도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목표를 종전 100%에서 90%로 낮췄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최근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 등에서 올해 D램 비트그로스가 약 90%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올해 비트그로스 목표 하향을 외부에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4일로 예정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올해 투자계획 등을 밝히면서 올해 반도체 분야에 7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D램 비트그로스 목표는 100%로 설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높은 비트그로스 목표치다. 업계 2위인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의 올해 비트그로스 목표는 60%에 불과하다.

D램 값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대부분의 D램 회사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비트그로스 목표를 하향조정했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100% 달성'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D램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도 결국 생산량 증가율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 D램 사업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행히 3분기에 적자를 면했더라도 4분기에는 적자 전환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D램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비트그로스를 90~100%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며 "목표치로 제시했던 100%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D 생산량도 10월부터 줄이기 시작한 상태다. 이상완 사장은 지난 14일 '한국전자산업대전'에서 "10월부터 생산량을 5% 정도 줄였고 12월에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LCD 공급과잉으로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대만의 AUO, CMO, CPT 등 대형 LCD 제조업체들이 이미 10% 이상 감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만은 생산량 조절에 나서지 않고 버텨 왔었지만 수요 둔화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LCD에 이어 D램 마저 생산량 조절에 나서면서 D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