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前국세청장, 아파트에 명품 가구까지 요구"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검찰에 체포된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청탁의 대가로 아파트를 비롯해 수천 만 원 상당의 명품 가구와 고급 오디오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당국의 최고 수장이 보인 '뇌물 행태'에 대해 수사 검사들도 '적잖이 실망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11일 서울서부지검 등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05년 11월 건설업자 기세도(구속)씨를 통해 알게 된 프라임그룹 백종헌(구속) 회장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 힘 써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들 3명은 한 달에 한 번씩 골프를 칠 정도로 친분을 유지했다.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신청한 직후인 2006년 1월 이씨는 기씨에게 "서울 삼성동 인근에 50평대 아파트를 알아봐 달라"고 했고 기씨는 곧바로 아파트를 알아봤다.

이씨는 기씨가 물색해 온 5채의 아파트 중 181.5㎡(55평) 넓이의 아파트를 지목, 자신의 측근 명의로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기씨는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5년 안에 3000억 원대의 공사를 하청받기로 백 회장과 약속하고 아파트 구입대금 19억 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업체가 금호건설로 확정되면서 이 전 청장은 아파트를 돌려줬다.

이에 앞서 이씨는 아파트에 들여놓을 오디오와 가구까지 기씨에게 요구했다.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아내가 백화점에서 필요한 오디오와 가구, 침대를 봐놓았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기씨는 자신의 회사 경리직원을 시켜 그 백화점에 가서 이 청장 부인이 골라놓은 제품을 계산한 뒤 이 청장의 아파트로 배송했다. 오디오는 덴마크제 '뱅앤올룹슨'이었고, 소파는 미국산 이튼알렌이었다. 모두 세계 최고급품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밖에 이씨는 지인들에게 보낼 선물 1500여만 원어치를 기씨가 대신 지불하도록 하기도 했다.

검찰은 빠르면 11일 오전 이씨에 대해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