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예산안 처리 강공 드라이브 예고

다음달 9일 정기국회 일정 종료를 코앞에 둔 한나라당의 마음이 급하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발걸음은 제자리다. 야권과의 마찰에다 당내 이견까지 안팎 상황이 모두 여의치 않다.

◇애타는 지도부…꿈쩍 않는 상임위 = 무엇보다 거대 여당의 '힘'이 좀체 발휘되지 않는 게 문제다. 당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이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산안 처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무위, 문방위는 야당의 '버티기 전략'에 말려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다.

원내 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는 뿔이 단단히 났다. 홍 대표는 지난 26일에 이어 27일 최고위원 및 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예산안 심사의 첫 단계라 할 상임위 예산심사 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상임위원장과 간사단을 질타했다. 그는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 참석한 의원들 가운데 법안을 제대로 숙지조차 못한 경우도 많다, 심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도 꼬집었다.

◇지도부 전략부재 비판 소리 나와 = 당 지도부가 나서 독려하고 있지만 내부에는 또 다른 목소리도 존재한다. "예산안 처리 등과 관련해 원내 전략이 없다"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지도부가 뒤늦게 '선 예산안 처리, 후 민생개혁법안 통과'라는 원칙만 세웠을 뿐 야당과의 협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당 지도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 핵심 쟁점 법안의 조기 처리를 강조하다가 시간이 흐르자 선 예산안 처리로 방향이 바뀌었다"며 "당초 전략을 제대로 세웠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기국회 종료일까지 예산 및 부수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현실론도 나온다. 야당이 예산안과 핵심 법안의 연계 방침을 고수할 경우 돌파할 방안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에게만 서두르라 하니 지도부의 말이 '먹혀들기' 힘들다. 한 관계자는 "홍 대표는 상임위가 이미지 관리하느라 움직이기 않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공드라이브' 전망 = 여당은 새해 예산안 처리에 강공 드라이브를 펼 태세다. 심상치 않은 경제 여건과 여론이 힘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핵심 의원은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회복을 위해 1분도 아깝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예산안 등 경제 관련 법안을 절박한 심정으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경우 강행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해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정기국회 종료까지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경우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