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첫 해외 나들이 유럽으로 바꾼 이유

3일 오후 1시께 인천공장 출국장. 유럽현장 경영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나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사진)이 측근들과 함께 나타났다.

정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총괄법인을 비롯해 현대차 체코공장,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동유럽 판매 핵심 거점인 러시아 판매법인 등을 방문한 뒤 7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이번 해외출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출국장에는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 윤여철 부회장 등이 배웅을 위해 나왔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양승석 현대차 사장, 신종운 기아차 사장 등은 정 회장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 등 일부 계열사 사장들도 현지에서 정 회장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단행된 경영진 인사에서 승진해 중책을 맡았거나 새로 합류한 인물들이다. 이번에 수행하는 사장단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유럽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일정을 정 회장과 함께 소화하게 된다. 정 회장의 이번 출국이 기축년 첫 해외출장인데다 바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야 하는 만큼 이들의 표정에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 회장은 매년 해외현장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새해 그룹의 경영방침이나 함께 공유해야 할 전략 등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각지에 산재해 있는 각 생산 및 판매법인들은 정 회장이 새해 첫 해외방문길에 나설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 회장은 그동안 수년째 인도를 첫 현장경영 무대로 삼아 왔으나 올해에는 유럽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유럽을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럽은 지난해 말부터 i30를 양산하고 있는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지난해 기공식을 가진 러시아 공장 등 핵심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이번 유럽 현장경영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이번 현장경영을 통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를 보이고 있는 유럽시장의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들에게 판매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은 또한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을 방문해 현지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유럽공장의 설비 가동상태와 양산차량의 품질을 직접 점검하는 등 '품질경영'을 거듭 강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생존경쟁의 최우선 과제로 ‘글로벌 판매확대를 통한 수익 확보’를 제시했다. 1월 들어서는 '비상경영'의 강도를 더욱 높여 '초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올해 글로벌 현장경영의 시발점인 유럽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아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