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자금난에 캠퍼스 이전 잇단 '포기'

이화여대가 파주캠퍼스 포기 의사를 밝히는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경기도 캠퍼스 진출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최근 "국방부가 제시한 땅값이 너무 비싸고 내부적으로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나와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파주캠퍼스 건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화여대, 파주시, 경기도는 2006년, 월롱면 영태리 반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 29만㎡ 부지에 2019년까지 대규모 교육 및 연구단지를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화여대의 파주캠퍼스 사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배제를 비롯한 각종 특례를 담은 '주한미군공여지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제정 이후 반환 미군기지 개발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화여대와 국방부가 땅값을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이 사업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국방부는 땅값을 175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이화여대는 지난해 감정평가액인 652억원 이상으로는 매입하지 않겠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후 국방부가 재감정을 거쳐 1114억원으로 낮췄지만 결국 이화여대 측이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 캠퍼스 유치에 공을 들여온 경기도와 파주시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파주시는 최근 "이대의 사업포기는 전통사학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며 "이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모든 사항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도 하남캠퍼스 건립안에 대해 하남시가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다. 양 측은 2007년, 학생 1만명, 교수 500명 규모로 IT 및 바이오 연구중심 캠퍼스를 2018년까지 설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양 측은 캠퍼스 규모와 재정 지원 문제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성균관대, 동국대, 연세대, 서강대 등도 각각 시흥, 평택, 일산, 인천 송도, 남양주 등에 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 대학 가운데 일부 대학도 해당 지자체와의 지원 문제 및 사업비 마련 등을 두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고려대는 후발 주자로 송도캠퍼스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지난 5월, 사업철회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캠퍼스 이전 사업이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섣불리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환 미군기지 활용 논의가 불거지면서 대학들이 앞 다퉈 캠퍼스 이전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김재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미군공여지 활용이 개발 호재로 작용하면서 각 해당 지자체와 대학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며 "그 과정에서 대학과 지자체가 급작스럽게 이 같은 사업 추진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가운데)대학들도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무리한 재정 투자가 곤란하게 된 것"이라며 "본 캠퍼스 학부 이전에 관한 내부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다 보니 반발이 따르게 되고 결국 변죽만 울리고 만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