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규제 확 풀었더니, 한달후 집값…

5·10 대책으로 서울 강남3구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실제 거래량은 되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등 정부가 제시한 '당근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 주택 거래량은 4월 638건에서 5월 579건으로 9% 하락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248건(4월)→235건(5월) △송파구 247건→223건 △서초구 143건→121건 등으로 모두 줄었다.


거래량뿐 아니라 시세도 최대 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5·10 대책 발표 전인 5월4일 6억9500만원을 호가했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6.98㎡(이하 전용면적)은 한 달 뒤인 6월5일 기준 6억3500만원으로 6000만원 떨어졌다.

상황은 지난달 17일 정비구역 통과가 발표된 개포주공2단지도 비슷하다. 개포2단지 30.75㎡는 5월4일 5억원에 시세가 형성됐지만, 한 달 뒤에는 4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빠졌다. 개포4단지 52.80㎡도 대책 발표 전 6억6500만원에서 6억500만원으로 6000만원 하락했다.

실거래가를 살펴봐도 하락세가 눈에 띈다. 대책 발표 전인 5월2일 개포4단지 50.390㎡는 7억9800만원에 거래됐지만, 대책 발표후인 같은 달 25일에는 7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재건축아파트가 아닌 일반아파트 매매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5월8일 9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59㎡는 현재 9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5월10일 11억5700만원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116㎡는 현재 호가가 11억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책 발표 시점부터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근본적으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시장이 대책 발표에 꿈쩍하지 않는 것이지만, 대책 내용만 봐도 매수자들의 구미를 당길 게 별로 없었다"며 "취득세 감면 등 매수자를 위한 정책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대책 발표후 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대책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추격 매수세를 위해서는 취득세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검토 등 추가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에 진입한 만큼 5·10 대책의 추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대책이 강남3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규제를 풀었다는 의미가 있지만, 거래 정상화 효과는 미미했다"며 "적어도 오는 9월 주택시장 성수기가 오기 전까지는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