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재판, 이맹희씨 측 화해 제안 속내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왼쪽)과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DB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형제간 법적분쟁 항소심에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82) 측이 돌연 화해의 뜻을 밝혔다.

24일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의 심리로 진행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5회 변론기일에서 원고인 맹희씨 측은 판결 전 화해조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1) 측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원고 측 변호인은 "가족 간 화합을 위해 원고가 피고 측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비공개로 소수의 인원이 모인 자리에서 대화하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고 측이 밝힌 '합리적인 선'은 사실상 협상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받겠다는 얘기다. 원고 측 변호인은 "삼성전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원고 측의 공도 컸다"며 "마땅히 받아야 할 부분을 받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피고 측은 "이 재판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통성과 원칙에 관한 문제"라며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이 허위와 거짓 주장까지 동원하며 선대회장의 유지까지 모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화해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오늘 원고측에서 화해 조정의사를 밝힌 만큼 의뢰인(이건희 회장)에게도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 뒤 의사를 전달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피고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예전에 재판부가 화해하라는 권고를 냈을 때 원고 측에서 계속 강력히 거부했기 때문에 화해조정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은 화해나 조정을 갖더라도 결심 이후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 변호인은 맹희씨가 최근 건강문제와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 문제가 화해 의사를 나타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원고 측은 "삼성가 전체가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의뢰인(맹희씨)의 얘기"라고 말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맹희씨는 현재 일본에 머무르며 회복 중이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의뢰인은 4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건강상태가 많이 좋아진 상황"이라며 "변론 내용은 조만간 일본에 가서 의뢰인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원고 측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 차명주식 1만3104주를 추가로 발견했다며 삼성 임원 10명이 1300주씩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상속개시 당시 선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차명주식 총 132만8027주에 대한 원고 상속분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피고 측은 "이번 주장에 대해 오늘 서면을 제출 받아 검토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향후 별도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변론에서 재판부는 마지막까지 화해조정을 권유했다. 재판부는 "선대회장이 살아 계셨다면 우리나라 정서상 형제들이 다투는 모습을 안타까워했을 것"이라며 "변호인이 피고 측에게 화해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5차 변론기일에 이어 14일 결심 공판을 연다. 피고 측이 조정을 받아들인다면 결심 이후 비공개로 조정기일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