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매직 품에 안은 글랜우드 대표는 누구?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농협PE-글랜우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농협PE-글랜우드 컨소시엄을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을 승인했다. 차순위협상대상자는 한앤컴퍼니와 현대홈쇼핑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농협PE-글랜우드 컨소시엄은 동양매직 인수 본입찰에서 약 3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차순위 협상자인 한앤컴퍼니와 현대홈쇼핑 컨소시엄은 각각 2900억원과 2850억원 수준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PE-글랜우드는 가격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의 안정성과 사업 시너지 효과 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동양매직 렌탈사업부는 농협금융지주가 보유한 리스 사업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농협PE와 함께 글랜우드는 유명한 기업인인 이학수씨의 둘째 아들 이상호씨가 신임대표로 활약하면서 일약 PEF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글랜우드는 동양매직 인수전이 시작됐을 당시인 지난달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후보였다. 이 경쟁에는 전략적 투자자로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기업은행-아주IB투자 컨소시엄 △쿠쿠홈시스-KTB PE 컨소시엄과 국내 반도체 관련 중견기업인 SFA △나이스그룹 △KG그룹 등이 참여했다.


재무적 투자자 중에도 강자로 평가받는 한앤컴퍼니와 이스트브릿지 등이 참여해 글랜우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글랜우드는 이상호 대표가 합류하기 전까지 5년간 지분관계가 자주 바뀌고 투자실적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글랜우드는 그러나 막상 경쟁이 시작되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술제휴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지난해부터 동양매직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일본 팔로마를 포섭했다. 여기에 하나로마트 등 전국 유통망과 사업 연계 가능성이클 것으로 관측하고 동양매직을 주목하고 있던 농협PE와 만나 농협PE를 주력으로 컨소시움을 새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팔로마는 인수자금을 제공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컨소시엄의 위용을 갖춘 농협PE와 글랜우드는 마지막으로 입찰 경쟁이 펼쳐지자 치열한 정보전 끝에 경쟁자들이 어떤 수준의 가격 배팅에 나설지 파악하는데 주력했고 결국 현대백화점과 한앤컴퍼니 등 마지막 라이벌들을 100억~200억원 앞서는 약 3000억원의 가격으로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글랜우드가 이렇게 환골탈태한데는 올 초 이 운용사에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한 이상호 대표의 활약이 컸다. 이상호 대표는 지난해까지 세계적인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에서 상무(디렉터)로 일해 왔는데 주로 M&A 자문 등에 주력하며 전문적인 역량을 쌓았다.

이학수씨의 장남 상훈씨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현재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퀴티(MSPE) 한국대표로 PEF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상훈 MSPE 대표도 최근 3000억원 규모의 한화L&C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 집중을 위해 한화L&C를 소재부문과 건자재부문으로 나눠 후자를 외부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 사업을 MSPE가 사명까지 그대로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 거래의 규모는 자본 및 부채를 더해 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상훈 대표는 한화L&C 이전에도 한식 세계화를 꿈꾸는 놀부NBG(2011년)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위생용지 시장의 강자인 모나리자를 매입하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의 40% 지분을 인수할 최우선 협상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상훈 대표는 2011년 MSPE 대표로 선임되기 전까지 삼성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증권 등을 거치며 기업금융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이상훈, 이상호 대표는 아버지를 따라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옮겨 금융 전문가로 성장한 후 PEF 업계로 투신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능한 기업인으로 활약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두 아들들이 글로벌 금융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최근 혜성처럼 국내 자본시장에 나타나 주요 거래들을 성사시키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번 이상호 대표의 글랜우드가 동양매직을 손에 넣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