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던 시대에서, 모방 당하는 시대로"..신약 특허전쟁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기술 특허를 외국 기업들이 침해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의 특허를 침해하다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어 그만큼 한국 신약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JW중외제약 (30,400원 ▲300 +1.00%)이 일본 바이오기업 프리즘 파마(대표 히로유키 코우지)에 'Wnt' 신약 기술 특허를 쓸 수 있도록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알고 보면 이런 사례다.


원래 JW중외제약이 특허를 보유한 이 기술은 암세포의 내성 및 재발을 유발하는 암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경로인 Wnt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 경로를 제대로 차단할 경우 암의 근원적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JW중외제약은 Wnt 신호전달 경로 등 단백질 상호작용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4만7000개 의 화합물을 확보하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관련 특허도 획득했다.

그러나 일본 프리즘 파마가 JW중외제약이 특허를 받은 물질 중 하나를 이용해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급기야 프리즘은 2011년 일본 대형 제약사인 에이자이에 이 후보물질을 3억 달러에 기술수출하기까지 했다. JW중외제약은 프리즘이 에이자이에 기술 수출한 물질이 자신들이 특허를 받은 물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프리즘에게 특허를 침해했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JW중외제약과 프리즘은 2년에 걸친 협의 끝에 이번에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이다.

프리즘이 해당 물질을 췌장암치료제로 개발하는 조건으로 JW중외제약에게 계약금과 개발 단계에 따른 기술료도 따로 지급한다. 국내 제약사가 원천기술을 활용해 혁신 신약 분야에서 외국기업에게 특허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Wnt 외에도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인 후보물질 CWP291A에 대한 기술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특허가 침해되는 다른 사례가 없는지 모니터링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회사 카엘젬백스 (11,730원 ▲30 +0.26%)는 최근 백신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파드레'라는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과 유럽의 16개 바이오회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경고장을 발송했다. 젬백스는 특허 소송 같은 후속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젬백스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금까지 300여건에 달하는 백신 개발 관련 논문에서 파드레 기술에 관해 언급할 정도로 파드레는 백신 개발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젬백스는 16개 회사가 특허를 침해하고 해당 기술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젬백스 관계자는 "특허 침해와 관련 미국과 유럽의 전문변호인을 구성했디"며 "해당 바이오 회사 중 상당수가 원천기술인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고 있어 다수의 기술 수출 계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