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낙후된 의료기기 산업, 체질 개선한다"

삼성전자 (78,300원 ▼100 -0.13%)가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을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화하면서, 실제 합병이 이뤄질 경우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대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X-레이 촬영 같은 단순 장비에서 벗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해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3000억 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와 맞먹는다. 향후 의료기기 시장은 연평균 7% 이상 성장해 2017년에는 4344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승부수를 던지기에 매력적인 규모다.


최종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급격한 인구고령화로 의료기기산업의 고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 같은 대기업이 이 사업을 강화하면서 국내의료기기 시장의 전체 파이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이 초정밀영상기기 분야에 뛰어들면 다른 기업들의 기술력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정부도 의료기기 산업을 적극 육성할 방침이어서 삼성 효과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갈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의 주력 제품은 1대당 1억~3억원 정도인 디지털엑스레이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중소기업들이 주요 부품을 수입해 조립만 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는 수준이다. 2011년 한국 의료기기 회사별 평균 종업원수는 16명, 평균 연 매출액은 17억원에 그친다.

연구개발 투자도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의료기기 상위 10위권에 드는 국내 제약사들의 연간 연구·개발(R&D)비는 모두 합쳐봐야 1000억원이 안 된다. 존슨앤존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매년 17억5000만달러를 R&D에 쏟아 붓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의료기기 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가의 장비 시장은 외국기업이 장악하다보니 의료기기 무역적자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한국 의료기기 수출규모는 11억1603만달러, 수입규모는 17억7081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6억5478만달러에 달한다. 1대당 10억원이 넘는 CT나 MRI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사업을 본격화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삼성전자는 초음파검사기기 업체 메디슨과 CT장비업체 뉴로로지카 등을 확보하는 등 2020년까지 의료기기 산업에만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체적으로 초정밀 진단장비 개발도 가능할 수 있다.

단 초정밀 진단장비는 GE와 지멘스, 필립스 등 시장을 독점해 온 강력한 기업들이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일부에서 이들 기업과 삼성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30년간 영상의학, 진단검사, 의료IT, 보청기 등에서 GE와 맞서고 지멘스와 특허동맹을 맺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 삼성도 특허소송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삼성이 첨단의료장비 시장에 더 빨리 진입하는 밑거름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