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한미약품…정통 영업강자들의 환골탈태

종근당 (60,200원 ▼800 -1.31%)과 한미약품 (316,500원 ▲2,500 +0.80%) 등 영업 분야의 강자로 분류되던 매출 상위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기업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수년째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려가고 있으며, 이는 신약개발의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영업에서 강점을 보여 온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 제약사로 변화하는 것은 오너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 2723억원의 20%가 넘는 579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 15.6%보다 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종근당은 상반기에 매출액의 11.1%인 307억원을 R&D에 썼는데 전년 동기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율 9.7%보다 1.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두 회사는 이전까지 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만 해도 제약업계 매출 10위권에 머물던 중형제약사였다. 그러나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영업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06년부터 2년간 매출 2위에 올랐고 이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종근당은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과 복제약(제네릭) 영업에서 국내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의 R&D 투자를 늘린 것은 오너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종근당은 2000년대 후반에 회사 창립 70주년인 2011년을 'R&D기업' 원년으로 정했고 이후 R&D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연구소를 모아 2011년 초 용인시 동백지구에 최첨단 연구소인 '효종연구소'를 만든 것이 단적인 예다. 종근당의 R&D투자비는 2007년 221억원에서 지난해 612억원으로 6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2007년 12개(전임상 이상 과제)였던 신약개발 후보물질은 지난해 31개로 늘었다. 특허출원·등록 사례도 2007년 14개에서 지난해 33개로 급증했다.

한미약품은 오너가 R&D에 팔을 걷어 부쳤다. 2010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업계 최고수준의 R&D 비용을 투자해 신약 개발에 한미약품의 미래를 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은 2009년 820억원에서 지난해 1160억원으로 늘었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도 갖게 됐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인력은 362명, 종근당은 349명으로 업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종근당의 경우 연구인력 중 33명이 박사학위 소지자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과 한미약품의 R&D 활동과 투자는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다수의 주요 R&D 파이프라인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종근당의 경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고도비만치료제 CKD-732로 올 하반기 미국에서 후기 임상2상 시험에 들어간다. CKD-732는 미국 제약사에도 이미 기술이전을 끝낸 상태로 종근당은 임상 진행에 따라 단계별로 기술료를 받는다. 종근당은 2종의 표적항암제의 임상1상 시험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으며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임상1상 시험을 마쳤다.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과 합성신약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약효는 지속되고 투약 용량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항암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치료효율을 극대화한 복합신약까지 합쳐 20여건에 달하는 R&D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