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화학 인수한 한화그룹, 바이오사업 접는다

한화케미칼 (28,900원 ▼50 -0.17%)이 이미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한 제품만 남겨두고 바이오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이 한 제품도 해외에서 개발이 끝나면 글로벌 업체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할 계획이어서 한화그룹이 한 때 신수종사업으로 삼았던 바이오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화케미칼은 2006년부터 항체 기반 바이오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한화그룹이 최근 한화케미칼을 통해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고 석유화학분야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하며, 바이오사업은 크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27일 "국내 허가를 받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을 제외한 나머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은 개발속도가 더뎌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빅트렐만 계속 개발을 진행해 다국적 제약사로 기술수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빅트렐은 연간 8조원어치가 팔리는 화이자의 류마티스관절염 항체의약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다빅트렐의 기술수출이 마무리되면 한화케미칼은 사실상 더 이상 바이오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어진다.

한화케미칼이 바이오분야에서 손을 떼는 이유는 한화케미칼이 삼성종합화학 인수를 위해 3년간 508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하는데, 동시에 막대한 자금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사업 투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은 전사적으로 태양광과 화학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바이오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사업 철수 조짐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3일 폴 콜먼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를 포함해 바이오사업 부문 임원 4명을 전격 해임했다. 폴 전 대표를 비롯해 경질된 임원들은 바이오사업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들이 무더기 해임된 것은 바이오사업에 대한 그룹 내 의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 바이오사업부문은 바이오시밀러 부분을 담당했던 임원만 남아 있다.


한화케미칼이 2011년 6월 미국 머크와 7800억원 규모의 항체시밀러 판매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이 사업은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머크가 사업전략 변경을 이유로 한화케미칼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예상보다 늦어졌다. 한화케미칼은 당초 화이자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지난해 국내 판매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허가과정에 문제가 생겨 1년이 지나서야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허가를 받은 제품도 판매가 미미한 분말형 제품이어서, 상업적 성과가 크지 않다.

엔브렐의 오리지널 회사인 화이자조차 2009년 분말 형태가 아닌 주성분이 용해된 주사액 형태의 엔브렐을 내놓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엔브렐 처방액 294억원은 대부분 주사액 형태의 제품이 차지한다. 한화케미칼이 분말 형태의 엔브렐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분말형 엔브렐인 다빅트렐에 대해서도 영업조직을 따로 꾸리지 않는 소극적 입장이다.

분말 형태 제품의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자 한화케미칼이 뒤늦게 주사액 형태의 제품 개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지만 주사액 바이오시밀러 개발까지는 상당 기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한화가 바이오산업에서 손을 떼면서 대기업 중 바이오사업을 계속하는 기업은 삼성과 LG만 남게 됐다.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CMO(계약생산대행)를 위한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한편 바이오의약품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LG는 제약 계열사는 LG생명과학을 통해 꾸준히 바이오사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