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등 중견제약사 오너2세 엇갈린 운명

(왼쪽부터) 권기범 동국제약 부회장,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사진제공=각 회사

중견제약사 오너 2세들이 경영을 맡고 있는 제약사들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국제약과 휴온스 같은 제약사들은 오너 2세들이 창업자 못지않게 회사를 키워 '제2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반면 동화약품은 오너 2세가 경영 전권을 쥔 이래 업계 최대 리베이트에 휘말리는가하면 매출 정체로 고전하고 있다.

8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04년 546억원이던 동국제약 매출은 지난해 2130억원으로 290% 늘었다. 최근 10년간 매년 16%씩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10년 새 2배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동국제약 창업주인 고 권동일 회장이 2001년 별세한 이후 오너 2세인 권기범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당시 전무로 근무하던 권 부회장은 34세 나이에 회사를 맡았는데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비중을 크게 늘리자는 결단을 내렸다.

다른 제약사들이 의사를 상대로 영업하며 손쉽게 전문의약품(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 매출을 늘려갔지만, 권 부회장은 제네릭(복제약)을 중심으로 전문약시장이 과열될 것이라고 보고, 되레 일반약을 중시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때문에 현재 동국제약 매출의 40%는 일반약이 차지한다. 이는 제약사 평균 일반약 매출 비중(20%)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권 부회장의 전략은 서서히 먹혀 들었다. 2010년 정부가 전문약 약가 인하와 함께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에 제동을 걸면서 일반약 위주의 동국제약 포트폴리오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끈 것이다.


동국제약은 현재 연구·개발(R&D)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5%를 R&D에 썼다. 권 부회장은 "천연물 추출기술과 제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런 R&D기술이 상용화하면 동국제약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온스도 오너 2세가 기업에 힘을 불어 넣었다. 휴온스의 2004년 매출은 277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1581억원으로 10년 새 484% 늘었다. 1997년 광명약품(휴온스의 옛 이름)의 창업주 윤명용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며 당시 기획이사였던 윤성태 부회장이 33세 나이에 경영을 맡았다.

윤 부회장은 공격 경영으로 회사를 확장했다. 주사제를 바탕으로 비만치료제와 의료기기, 점안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2008년에는 580억원을 투자해 cGMP(미국 우수 의약품제조 관리기준) 수준의 생산설비와 물류시스템을 갖춘 신공장도 세웠다.

이 공장은 한때 가동률이 낮아 역화살이 될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가동률이 오르면서 실적개선의 뒷받침이 됐다. 휴온스는 17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 점안제 공장을 준공했다. 윤성태 부회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며 "위험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해야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때 제약업계 1~2위 자리를 다투던 동화약품은 오너 2세인 윤도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모습이다. 윤도준 회장은 경희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2005년 당시 부친인 윤광열 회장의 제안으로 부회장 직책을 달고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이후 윤도준 회장은 경영의 전권을 잡았지만 2005년 158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202억원으로 39%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7억원에서 21억원으로 80%이상 감소했다. 까스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등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일반약 인기가 시들해진데다, 전문약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무리하게 전문약 영업에 나서면서 불법리베이트까지 손을 댔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