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부사장, 대한항공 전 직원에 남편 병원 홍보 이메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과거 조 부사장의 남편 박 모 씨가 원장으로 근무한 성형외과 홍보메일이 2010년 말 대한항공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송돼 눈길을 끈다. 성형외과 수술은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대부분이어서 이메일을 통한 병원 홍보가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박 모 원장이 조 부사장(당시 전무) 남편이라는 사실을 대다수 직원들이 아는 상황에서 해당 병원 홍보메일을 돌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10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2010년 12월 대한항공 사내통신망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강남 A성형외과를 홍보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전송됐다. A성형외과는 2010년 10월 조현아 대한항공 당시 전무와 결혼한 박 모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당시 고객지원팀 소속 A과장 이름으로 발송된 메일에는 "지인이 원장님으로 있는 좋은 성형외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을 위해 특별한 프로모션과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이메일을 받은 이후 승무원 휴게실에 A성형외과 소개 책자가 비치되기도 했다"며 "은근히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전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A성형외과 홍보가 조 부사장의 지시나 암묵적 승인 없이 이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대한항공 전 사원들에게 특정 성형외과 홍보성 메일이 전송된 것은 이례적이다.

단 이 같은 행위가 불법 환자 유인으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의료관련 전문 변호사는 "해당 메일이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인 것은 맞지만 회사 복지사이트 등에 성형외과 수술 할인을 알리는 것은 환자 불법유인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누가 고발을 해야 시비를 가리겠지만 의료법 위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같은 방식은 환자 유인 소지가 있어 누가 그런 마케팅을 하겠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특정 의료기관이 특정 기업체 직원과 직원 가족에 한해 제한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 협력을 맺은 회사뿐 아니라 하청회사 직원 등으로 대상을 넓힐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환자 유인이나 알선 행위로 간주돼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의 남편 박 모 원장은 올 초 이 성형외과병원에서 나와 한진그룹 산하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