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공포' 끝?…주요국 근원 물가 15년來 최대폭↑

전 세계 주요국들의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이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과 상관관계가 낮고 변동성이 큰 식품가격‧연료비를 배제한 물가상승률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책을 전면 가동한 결과 디플레이션 위협이 최고조를 지나갔다는 신호로 간주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입장에서 물러날 여지는 커지는 셈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는 전 세계 33개 국가 및 지역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평균 2.4%로 집계되면서 15년만에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JP모간체이스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의 호조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둘러싼 상황에서 전환점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영란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스탠리 피셔 부의장,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등도 최근 잇따라 근원인플레이션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최악의 디플레이션 위협이 끝나가고 있다는 시장의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데이비드 헨슬리 JP모간체이스 글로벌경제담당 이사는 "전체 인플레이션율은 근원인플레이션율에 맞춰 재조정되는 것"이라며 "모든 선진시장의 중앙은행들은 안정권을 밑돈 인플레이션율을 목격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아지면 보다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이처럼 물가와 관련한 안정감이 높아지면 FRB처럼 완화적 통화정책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FRB가 오는 12월 15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6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서는 ECB만이 사실상 유일하게 경기부양책을 전면 가동하는 중앙은행으로 남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 세계 인플레이션율의 호전으로 ECB도 경기부양을 위한 부담은 덜게 된다. 이와 관련해 JP모간체이스의 헨슬리 이사는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율이 1월 1.3%에서 연말께 2%, 2016년 말께 2.6%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7개국(G7)의 평균 근원인플레이션율이 향후 2년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내 채권 트레이더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물가연동채권(TIPS)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사이의 금리차(손익분기물가상승률‧BEI)는 지난 9월 사상 최저치인 1.38%에서 반등해 현재 1.65% 수준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경제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낮은 기대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처럼 물가 회복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은 전 세계 경제를 디플레이션 위협에 빠지게 만든 기폭제인 국제 원자재(상품)시세의 급락, 중국의 성장 둔화 문제가 추가적으로 중대하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노동시장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미국과 영국과 같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급락한 국제 유가도 차차 지난해 수준의 디플레이션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유 시세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내렸는데 전년 동기 대비를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낙폭이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제 유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 안정화하면서 물가에 급격한 하락압력을 가하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