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이지 않는' 사드 제재, 화장품·식품으로 확대되나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지난해 11월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 31건에 대해 대거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화장품은 19개 제품을 수입 금지해 이전 2개월간 단 1개 제품에 그쳤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질검총국 건물 전경)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지인 롯데 성주골프장과 남양주 군 부지의 맞교환이 결정된 지난해 11월에 중국 정부가 한국산 화장품과 식품에 대해 대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전 2개월간 한국산 화장품 수입 금지 조치는 단 1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11월에는 19건으로 급증해 중국의 ‘보이지 않는’ 사드 제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중국 법인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와 소방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10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하 질검총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질검총국이 발표한 ‘2016년 11월 수입 금지 식품 및 화장품’에 한국산 화장품 19개 제품과 식품 12개 제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검총국으로부터 수입 금지 조치를 당한 한국산 화장품은 피부 개선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이아소’ 제품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아소는 2007년부터 중국 수출을 진행해왔는데 이번에 에센스와 로션, 각질 제거제 등이 수입 금지 조치 됐다. 하지만 이아소의 이들 제품 총 수입 금지 규모는 83kg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아소 제품은 제품 유효기간 내 화장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등록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수입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반면 애경산업이 수출하려던 바디클렌저 2개 제품은 수입 금지 규모가 7.8톤에 달한다. 애경산업의 이 바디클렌저는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한국산 마스크팩도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질검총국은 한국 식품 12건에 대해서도 수입 금지 처분을 단행했다. 한국 영풍주식회사가 수출한 ‘매운 맛 떡볶이’ 등 4건(제품수 2개) 2.5톤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미생물 기준 초과’ 이유로 수입이 금지됐다. 뉴트리바이오텍의 건강기능식품 4개 제품도 제품 보증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같은 조치를 당했다.


관련 업계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수입 금지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질검총국은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기능을 맡는 조직으로 중국 내로 수입되는 식품이나 화장품의 품질 검사를 총괄한다. 특히 대규모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11월은 사드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시 군 부지의 맞교환이 이뤄진 시점이다. 이전 2개월간 한국산 화장품의 수입 금지가 단 1건에 그쳤던 것도 11월 수입 금지 건수가 크게 늘어난 진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질검총국이 지난해 11월 한국산 화장품을 포함해 178개 제품에 수입 금지를 단행한 것은 통상적 업무 처리라는 분석도 있다. 일례로 식품의 경우 브라질산 닭은 161톤이 무더기 수입 금지돼 한국산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마스크팩이나 에센스 같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화장품이 대거 수입 금지된 것은 앞으로 질검총국의 업무 방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을 갖게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원래 질검총국의 수입 제품 검사는 비관세 장벽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며 “중국 정부가 앞으로 한국산 수입 금지 품목을 더 늘릴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지난해 10월 저가 여행 규제 명분으로 한국행 관광객을 줄이라고 여행업계에 통보하는 등 한류 콘텐츠 방영 금지, 롯데그룹 중국법인 세무조사, 한국행 전세기 운항 제한 같은 보이지 않는 사드 제재를 단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