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경쟁' 불붙은 교육부…"번갯불에 콩 구워 먹으려나"

"교육 정책이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합니다."(A대학 교수)

"정권이나 장관 눈치만 보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부작용과 혼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B고교 교사)


교육부 관료들의 충성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폐지론까지 거론되며 궁지에 몰렸던 모습과는 딴 판이다. 이는 지난 5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과 무관치 않다. 부총리주재 실국장회의는 80분을 넘기기도 했다. 평소 30~40분이면 족하던 회의다.

과거 회의에선 말을 아꼈던 국장들도 바뀐 모습이다. 침을 튀기며 앞다퉈 정책보고에 열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일부 실무과장급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이전에는 이미 나와 있는 통계 현황조차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뜬금없이 예정에 없던 자료를 불쑥 들이밀며 기사화해 줄 것을 요청하기 일쑤다.

초·중·고교 정책의 시도교육감 이양을 목적으로 한 '교육자치강화지원 태스크포스(TF)팀'과 '고교학점제TF팀' 신설, 학교비정규직 직원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분야 고용안정총괄팀' 개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TF팀 구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학입시(대입) 전형료 인하는 대선공약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한 이후 나흘 만에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장 9월부터 국·공립대가 전형료를 내리고 연말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내년 3월부터 사립대도 전형료를 내리도록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18일에는 부총리의 현장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당일 고교 교사와의 간담회 행사 자료를 부랴부랴 만들어 배포하면서 기사화를 당부했다.

김 부총리의 '수능 절대평가' 방침이 핵심 이슈로 등장하면서 6월 수능 모의평가를 토대로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분석 자료를 요청했 때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우려하며 별도의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지않겠다고 공언했던 교육부 한 과장은 며칠 후 국회를 통해 관련자료가 공개되자 말을 바꿔 "불가피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부 공무원들이 정권·장관의 눈치를 보며 줄서기하는 듯한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개인의 승진 등 인사도 걸려 있고 정권 초기라는 점도 이해가 가지만 교육 정책 전체를 관장하는 교육부가 지나치게 일방으로 흐를 경우 자칫 '제 2의 국정교과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해 관계에 있는 찬반 입장을 두루 살필 것을 주문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시류에 편승해 부화뇌동하는 공직자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교육부만큼은 자라나는 아이들과 학교의 미래를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보수정권 9년을 거쳐 다시 진보정권이 들어섰는데 교육부가 이른바 '코드맞추기'를 하면서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며 "전형료 인하와 관련해서도 새 정부 정책기조인 통합·협치와 어울리지 않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면 정책 추진단계부터 '대통령 말 한마디'가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르면 이달 말쯤 교육부 고위직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박춘란 차관(행시 33기) 선배 기수가 교육부에서 외부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