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장애학생 학부모 '무릎호소'가 한국사회 인식 바꿔"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에도 학교건립을 추진해 장애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서울지역 특수학교 확대·신설 내용을 담은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교육청이 보유한 학교용지를 최대한 활용해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부지 확보가 어려운 지역은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국·공유지 내에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 장애학생들의 학습권·교육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017년 9월5일은 대한민국 특수교육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날을 기점으로 특수학교에 대한 거대한 사회적·심리적 장벽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장애인 특수교육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달라졌다. 한국사회가 바뀌었다"고도 했다.

2017년 9월5일은 서울 강서지역 주민들에게 특수학교(서진학교) 신설을 읍소하는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이른바 '무릎호소'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날이다.

조 교육감은 "이제는 국민들이 특수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특수학교 신설 등 특수교육 발전방안을 토대로) 우리지역에 특수학교가 자리잡은 뒤 따뜻한 마을로 변모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교육 발전방안 연구를 끝까지 수행하려면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조 교육감은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 백종대 교육행정국장, 신재웅 학교지원과장, 김정선 학생생활교육과 특수교육팀장 등과의 일문일답.

-특수학교 신설의 관건은 부지확보인데 사실상 서울시교육청이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교용지는 많지 않다. 결국 국·공유지 활용방안이 핵심일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신재웅) 국·공유지 확보는 최후방안이다. 미개설 학교용지 활용이나 학교 통폐합·이전학교 용지 활용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된 중랑구를 제외하고 학교가 없는 7개구의 특수학교는 언제 만들어지나.
▶(신) 자치구별 특수학교 설립 시급도를 고려해 순차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 시급도는 연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검토단계다.
▶(조) 1~2시간이나 걸리는 원거리 통학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교육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특수학교가 없는 7개 자치구의 학교설립이 필요하다. 물론 시급도에는 차이가 있다. 그 부분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대략이라도 자치구별 특수학교 설립 시기를 알 수 없나.
▶(신) 2020년 개교 예정인 중랑구 내 특수학교도 부지선정에 3년이나 걸린 상황이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정확하게 언급하기는 어렵다.

-5~6년 이상 걸릴 수도 있나.
▶(신)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특수학교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음에도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을 설득할 대책은 없나.
▶(신) 비상대책위원회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추석연휴 지난 뒤 본격적으로 협의하겠다.

-이번 특수학교 설립 추진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과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이 조희연 교육감과 끝장토론 제안도 했는데 이에 응할 생각은 있나.
▶(조희연) 사실 개인적으로는 (김 의원과) 할 얘기가 많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또다른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강서지역 특수학교 문제는 (끝장토론이 아니라) 설립 찬반이 핵심이다. 지역주민이 화합하면서 접점을 찾아야하는 게 기관장의 책무이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강서구 지역주민이 요구하는 한방병원을 특수학교 내에 같이 설립할 수는 없나.
▶(신)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한방병원을 강서구 특수학교 부지 내에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어렵다. 다만 앞서 지역주민과의 공청회에서는 그 부분도 검토할 여지는 있었다.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학교 부지 내 편익시설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용은 얼마나 들고 기존에는 얼마나 필요했나.
▶(백종대) 공립학교에는 주민편익시설이 들어선 사례가 없다. 사립학교에는 있는데 서울 강남구의 밀알학교를 예로 들면 주민편의시설 건축비용이 학교시설 건립비용의 4배 이상 들었다.

-서울형 특수학교 모델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제 나오나.
▶(김정선) 오는 내년 12월까지 정책연구를 한다. 그 이후에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다. 연구하려는 내용은 선진국의 특수학교 형태, 장애 유형에 따른 학교 수요조사와 학생 재배치, 원거리 통학 해소방안, 특수학교에 어울리는 학교디자인 등 다양하다.

-서울형 특수학교 모델이 적용되는 학교 수는 내년 12월에 나오나.
▶(김) 그렇다.

-사립학교 내 특수학급 설치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신) 예산지원과 연결할 생각이다. 또 학생 수 감소로 유휴학급이 있기 때문에 특수학급 설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획을 보면 학교 설립, 학급 설치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 보인다.
▶(김) 장애이해교육은 법적으로 하게 돼 있어 이미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통합교육 중점학교도 운영한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한데 모여 스포츠를 즐기는 통합스포츠클럽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특수학교, 특수학급, 통합학급 등 3가지 유형에 대한 학부모 선호도는 어떤가.
▶(김) 특수학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통합교육을 추구하겠다는 학부모 등도 있다.

-특수학교·학급 신설에 따라 관련 교원 확대도 병행되는 것인가.
▶(조) 물론이다. 참고로 공립유치원 특수학급 확대도 추진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초·중등뿐 아니라 유치원 특수교사도 늘어난다.

-관건은 예산문제다. 학교 1곳당 170억원 이상 예산이 든다.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
▶(신) 170억원 이상 들긴 하는데 이는 교부금으로 전액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서도 특수학교 신설에 대해서는 전부 승인을 해주고 있어서다. 또 택지확보에 따른 문제도 있긴 하다. 현재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는 학교용지를 무상공급하고 있지만 특수학교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학교용지특례법 개정도 교육부에 요구할 생각이다.
▶(조) 덧붙이자면 (170억원 이상의 비용 외에) 추가로 드는 건축비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힘을 실어준 부분이 있다. 긍정적인 결과가 있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노력하고 정부정책도 바뀌었으면 한다.

-이번 계획은 내년 교육감 선거 이후까지 예정돼 있는데 결자해지하기 위해 선거에 나올 계획이 있나.
▶(조) 교육감이 누구라 하더라도 장애학생의 학습권·교육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본다. 문용린 전 교육감 등을 비롯해 많은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수학교 문제에 있어서 교육감이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면, 과도한 의미부여인지는 모르겠으나 2017년 9월5일은 장애인 특수교육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다. 특수학교를 짓는데 거대한 사회적 장벽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계기가 됐다. 그날은 모두가 부모의 마음이 된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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