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자 '임대 금지' 카드 꺼낸 암스테르담

/AFPBBNews=뉴스1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집값을 잡기 위해 이번엔 임대 금지 카드를 만지고 있다. 부동산 해외 투기자본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암스테르담시는 잇따라 강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암스테르담시는 최근 시내 신설 주택의 임대를 금지하는 정책의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주 발표한 주택가격상한제, 에어비앤비 같은 민간 숙박업소 연간운영일수 제한 등에 이어 또다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시측의 부동산 정책들이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신설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또 암스테르담시는 중산층용 신설 주택 가격의 상한선을 17만유로(2억2000만원)에서 30만유로(3억8000만원) 사이로 정할 예정이다. 암스테르담 관광객의 12%가 머무르는 에어비앤비 등 민간 숙박업소의 운영일수도 연 30일로 제한한다.


암스테르담시의 주책 정책 총괄자인 로렌 이벤스는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암스테르담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은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정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시 대변인 역시 "도시는 거주지로서 먼저 기능해야 한다"면서 "관광은 그 다음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암스테르담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런던을 대체할 유럽의 금융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전 세계의 부동산 투기자본이 몰리면서 지난 5년 간 암스테르담의 집값은 연 평균 1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암스테르담 시내 주택 중간값은 45만유로(5억7700만원)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의도치 않게 대가족이 형성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암스테르담 주택총연합회의 에그버트 드 브리스 대표는 "30대에도 (독립할) 선택지가 없어 부모와 살고 있는 이들, 3대가 함께 사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면서 "주택 수가 부족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암스테르담 중산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소득 대비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산층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암스테르담 내 주택의 40%가 공공지원주택이지만 이는 저소득층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벤스는 "중산층의 부동산 시장 진입이 어렵다"면서 "신설 주택이 완공되는 순간 가격이 치솟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시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싱크탱크 '진보하는 암스테르담'의 스테판 호데스는 "집을 구매했지만 6개월 간 해외출장을 가 집을 비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이번 규제가 평범한 시민들의 사유재산권도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업자는 가디언에 "명백한 사유재산권의 침해"라면서 "집을 더 짓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