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9억 고가주택 맞나… '서울 중산층' 규제 타깃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공제기준이 강화되자 서울에선 집 한 채만 보유한 일반 중산층의 주거선택권까지 제한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뛰어오른 집값과 국민 눈높이 사이에서 중심을 잃었단 지적이다.

정부의 12·16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라, 1가구 1주택자라도 2021년부터 실거래가 9억원 이상 주택을 팔 때 보유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실거주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거주기간과 무방하게 1가구 1주택자는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3년 이상 보유시 매년 8%씩)까지 공제됐다. 단 2017년 8월 이전 취득분에 한하고, 그 이후 취득분은 2년 이상 거주해야 같은 혜택이 있다. 그러나 내후년부터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공제된다. 결국 실거주를 못하면 10년을 보유해도 40%만 공제된다.

예를 들어 1가구 1주택자인 50대 초반 직장인 K가 10억원에 서울의 아파트를 사서 20억원에 팔 경우, 10년 보유하고 5년 거주했다면 현재는 80%를 공제받지만 내후년부터 거주(4%*10=40%)와 실거주(4%*5=20%) 요건 공제율 합계인 60%만 공제된다. 취득비용(취득세·중개수수료·발코니확장비·법무사 수수료 등)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당초 양도소득세는 2080만원이나 향후엔 5907만원으로 3배로 뛴다.

서울 거주 40대 중반의 직장인 L씨는 "내집을 마련한지 얼마 안됐는데 보유세가 올라 은퇴 전후인 50대 초·중반까지 거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양도세 공제도 제대로 못 받고 하급지(더 낮은가격의 주택)로 옮겨가야 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가 강화되면서 1주택자의 갈아타기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9억원 초과분에는 LTV가 20%로 줄었다. 이에 따라 시세 14억원 주택이라면 담보대출 한도가 4억6000만원으로 전보다 1억원 줄었다. 시세가 15억원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은 아예 받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시 고가주택의 기준도 기존의 공시가격 9억원(아파트기준 시가 13억원중반~14억원)이 아니라 시가 9억원으로 대폭 깐깐해졌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시세 9억원초과 주택을 살 때 무주택자라도 1년내 해당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1년내 처분하고 전입해야 한다.

실거주 1주택이 아닌 갭 투자를 차단하겠단 취지이나 실수요자의 갈아타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문제는 규제의 타깃이 고가주택뿐 아니라 서울의 중위가격 수준의 주택으로 확산돼 일반서민의 내집마련과 이주수요까지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세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45만8778가구로 전체 36.6%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90%이상이 해당된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8억8014만원이다.

서울에선 중간 가격 수준의 아파트에 거주해도 대출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도 고가주택 기준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진 집값과 '국민 눈높이'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10~12일까지 서울시민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가주택 과세기준(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 대해 '낮다'는 의견과 '높다'는 의견이 각각 44.1%와 41%로 팽팽히 맞섰다.

공시가격 9억원 주택에 대해서도 여론이 이렇듯 분분한데 시세 9억원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간주하는 건 국민 눈높이와 더욱 동떨어진 기준이란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