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개인정보 못 다룬다"…콜센터 폐쇄 땐 사실상 업무 중단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 코리아빌딩과 인근 지역에 대해 감염병 특별지원구역으로 지정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열고 "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특단의 대책을 취할 예정"이라며 "코리아빌딩과 인근 지역을 서울시 차원에서 감염병 특별지원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코리아 빌딩 모습. 2020.3.12/뉴스1

정부가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병한 것을 계기로 콜센터를 비롯해 노래방, PC방, 헬스장, 종교시설, 학원, 클럽 등 전염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집중관리’에 나섰다.

콜센터를 대거 운영 중인 금융회사들은 정부 지침에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면 재택근무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특성상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데 상담원들이 집에서 개인 PC로 업무를 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금융사 콜센터 현황 긴급점검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120 경기도콜센터에서 방역 업체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0.3.11/뉴스1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각 금융협회 관계자들과 금융회사 콜센터 운영 현황에 대한 점검 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역 당국의 고위험 사업장 감염관리 지침 관련 내용을 업계와 공유하고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했다”며 “세부지침을 각 금융사에 전파해 즉시 시행하고 추가로 재택근무를 포함, 방역과 관련해서 실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콜센터를 운영 중인 은행과 보험사 등 주요 금융사들은 현재 직원들로 구성된 콜센터와 외주 콜센터로 이원화해서 운영하면서 코로나 19 확진자 가 발생 시 업무 마비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대체사업장을 통해 콜센터 상담사들이 분산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고,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재량껏 근무하는 유연근무제도 시행 중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재택근무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고한 대로 콜센터에 대한 폐쇄 행정 명령이 이뤄지면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고객의 주소와 상품명 등을 주로 다루는 유통업계와 달리 금융권은 주민등록번호 등 고객의 개인 정보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다루기 때문에 재택근무 전환이 쉽지 않아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콜센터를 당장 재택근무로 돌리는 것은 보안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 분산 근무와 유연 근무 등을 확대하는 등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5만 상담사 재택시 고객 응대 마비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11일 오후 대전 서구에 위치한 유통기업 콜센터에서 서구청 방역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3.11/뉴스1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콜센터를 폐쇄할 경우 상담 업무의 상당 부문이 온라인으로 전환돼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현재 금융권의 전속 및 콜센터 상담사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된다. 보험업계가 약 3만명으로 가장 많고, 카드가 약 1만1000명, 은행이 약 7000명, 증권사가 약 2000명 가량의 콜센터 인력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콜센터가 폐쇄되면 이들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마케팅 업무 관련 인력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업무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본사에서 이들을 대체할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강화는 결국 적절한 방역이 이뤄지도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최악의 경우 사업장 폐쇄 후 재택근무까지 고려해야겠지만 우선 각자 주어진 환경하에서 집단감염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