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확진자 공개…성소수자 수백명 강제 '아웃팅' 되나

기사 내용의 클럽과 별개의 클럽 /사진=임찬영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성소수자가 모이는 클럽에 갔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동선공개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확진자의 직장, 자택 주소까지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있는 상황인만큼 지나치게 세세한 동선공개 역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7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이태원 소재 클럽 'King'에 지난 2일 다녀간 경기도민 A씨는 코로나19 확정판정을 받았다. 현재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A씨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클럽 세 곳에 대해서는 출입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문제는 A씨가 다녀간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클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이날 한 언론은 A씨가 '게이클럽'에 다녀왔다고 보도했다. A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성정체성과 관련한 추측이 제기될 수 있는 내용이다.

개인의 성정체성이 동의 없이 밝혀지는 '아웃팅'은 성소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소다. 곧 A씨의 회사와 자택에 대한 정보도 인터넷으로 유포됐다.

여기에 A씨 방문 시간에 함께 클럽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지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간대 이 클럽을 찾은 인원만 최소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클럽 규모가 한 클럽에 500명, 총 2000명이 함께 있을 정도로 크진 않다"면서도 "정확한 숫자는 역학조사가 끝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

"굳이 '게이클럽'이라고 명시하나" 과도한 정보 공개 인권 침해 우려

━

전문가들은 이같은 보도 등이 확진자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입히고 더 나아가 음지로 숨어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걸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보도에서 확진자 개인의 동선, 거주지, 직장 등이 세세하게 적혔다"며 "감염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변으로부터 비난받는 상황에서 너무 자세한 정보 공개로 누구든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무국장은 "헤드라인에 '게이클럽'을 명시함으로써 무엇을 나타내려는지 모르겠다"며 "보도에서 개인을 특정해 아웃팅하지는 않았지만 확진자 거주지, 직장 위치 등 정보가 알려지면 아웃팅, 2차 피해 등 어떤 피해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종민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확산 초기에는 언론의 자세한 동선 공개가 공익적 가치가 있었다"면서도 "5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만큼 '세세한 동선 공개가 필요하냐' '알릴 정보만 제공하라'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도를 통해 개인 특정에 쓰일 수 있는 간접적인 정보가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런 사적인 정보 공개가 사회적 기준에 비춰봤을 때 공익에 이바지하는지에 관해 보도 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선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확진자 동선 공개시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방역당국에 권고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14일이 넘으면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된 동선 정보도 이 조건에 해당하면 보도자료에서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