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뭐니? 머니!]잠수함의 늑대소리, 수소가 잡는다!

항공모함과 함께 해군력의 상징으로 불리는 잠수함의 능력은 오래 물속에 있는 잠행능력과 조용히 이동할 수 있는 정숙성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잠행능력과 정숙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핵심 시스템이 공기불요추진체계(AIP)로 그 중심에는 수소연료전기가 있다.

과거 잠수함은 함내의 디젤엔진을 가동해 납축전지에 전기를 충전하고, 충전된 전기로 바닷속에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하는 원리였다.


그래서 심해에 있던 잠수함들은 한시간에 한번씩 수면 근처로 떠올라서 스노클링을 하고, 하루에 한번씩은 해질녁에는 물위로 부상해 잠수함 내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잠수함 내에 연소와 호흡을 위한 산소가 부족했기 때문에 수영할 때 사용하는 스노클처럼 호흡관을 내미는 것이다. 이때 적에게 노출돼 잠수함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

2차 대전 당시에 유명세를 떨쳤던 독일군 잠수함 유보트도 영국 공군의 탐지능력이 향상되면서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수면 근처로 떠올랐다 격침된 경우가 많았다.

설계에서부터 건조까지 우리나라의 기술로 건조한 3000톤급 중형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의 항해시운전 모습. 국산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했다. 사진=해군 제공, 뉴시스

소음도 줄이고, 스노클링도 줄이기 위해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AIP 체계(공기불요추진체계: Air independent propulsion)가 개발된 이유다.

독일군 유보트가 자주 격침되면서 2차 대전 당시 점령지인 네덜란드군이 갖고 있던 기술을 채택한 것이 공기불요추진 방식이다.

스털링엔진이나 폐쇄회로디젤엔진 등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됐지만, 현재는 수소연료전지에 산소와 수소를 투입해 잠수함 내에서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AIP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1800톤급 잠수함인 손원일(해방 직후 해군 총사령관 이름)함에 AIP 체계가 처음 적용됐으나, 이는 독일 지멘스의 기술을 빌려온 것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인 안창호함에는 우리 기술의 AIP 기술이 적용돼 지난 2018년 9월 진수식을 가졌고, 시험 운용을 거쳐 올해 우리 해군에 인도되며, 2022년경 실전에 배치된다.

약 1조원을 투입한 안창호함 기동의 기본은 여전히 디젤엔진을 통한 배터리 충전방식이지만, 범한산업이 개발한 150kW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 4개가 탑재돼 액체산소와 수소로 전기를 생산해 스노클링 없이 3주에서 한달간 물속에서 잠행할 수 있다.

AIP가 없는 12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함이 9노트의 저속(시속 7∼11㎞)에서 2∼3일밖에 잠행을 할 수 없지만, 1800톤급 손원일급 잠수함은 독일 지멘스 연료전지(120kW)로 저속시 2주간, 안창호급 잠수함은 국산 연료전지를 탑재해 3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핵추진잠수함은 핵분열 발전을 이용한 소형원자로를 구동해 바닷속에서 담수화 기술로 물을 얻고,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산소를 얻어 호흡에도 사용해 최소 17년의 연료봉 교체주기를 감안하면 무한히 잠수가 가능하지만, 핵발전의 특성상 멈출 수 없고,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한편, 잠수함의 위치를 탐지하기 위한 능동소나에서 나오는 음파가 잠수함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를 울프콜(Wolft Call)이라고 하는데, 이 명칭을 딴 프랑스 핵잠수함 관련 영화 '울프 콜'이 지난 3월 개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