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이 뭡니까"…'11년 절친' 살인 형량에 울부짖은 유족들

"판사님, 저놈을 죽여주십시오…18년이 뭡니까"

11년 '지기' 경찰관을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 30대 승무원 김모씨가 지난 11일 법정에서 징역 18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 받자 피해자 A씨의 어머니가 울부짖었다.


그는 "저놈 살려뒀다가는 어느 놈을 또 때려 죽일지 모릅니다"면서 항의하다 보안 요원에 의해 법정 밖으로 실려나갔다. 형을 선고한 판사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수의를 입은 김씨는 재판부는 물론 방청객 방향으로 90도 인사를 한 뒤 퇴장했다.

11년 '지기' 살해한 30대 승무원김씨는 지난해 12월14일 새벽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서 서울 모 지구대 소속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둘은 동갑내기 대학교 동기동창으로, 2018년 12월 A씨가 결혼을 할 당시 김씨가 사회를 봐 줄 정도로 친했다.

승무원인 김씨는 A씨와 술을 마시기 전 수개월 전 '몰래카메라' 성범죄로 고소를 당했다. 그는 성범죄 전과로 비자 발급 문제가 생기자 실직 위기를 맞았고, 여기에 경찰 조사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자 경찰관인 A씨의 조언을 구했다.


A씨의 도움 덕분인지 김씨는 지난해 11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은 이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술자리는 끔찍한 악몽으로 끝났다. 김씨가 자신의 집에서 술을 더 마시다 가라고 권유 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다툰 것이 그 시작이었다.

택시를 강제로 태우는 등 실랑이 끝에 둘은 김씨의 집으로 이동했고 이후 참혹한 범죄가 벌어졌다. 도착해서도 집에 가려던 A씨를 김씨가 제압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범행에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A씨의 머리가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는 등 그의 머리와 상체 부분에는 수차례 맞은 흔적과 상처가 발견됐다.

A씨는 결국 과다출혈과 질식 등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김씨 안에 내재된 분노 등의 감정이 폭발했고, A씨를 집중공격해 고의로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김씨 측은 고의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심신미약'의 만취 상태라 어떤 이유로 어떻게 A씨를 살인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만큼 살인을 할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고의 살인…심신미약 인정 안돼"법원은 김씨가 범행 당시 A씨의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김씨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범행 전후의 상황은 기억하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인 폭행과 그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는 김씨가 범행 동기나 이유 등에 관한 사실 등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여 진술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A씨를 살해한 뒤 거실에 머무르다가 창문을 열려고 했으며, 주방에 앉아있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혈흔을 닦았다. 그 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가 여자친구 집으로 이동했다. 현관에서는 속옷을 벗었으며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장한 뒤 다시 씻고 잠을 잤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신의 공격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양의 출혈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김씨는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하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