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모여 만든 배달대행 스타트업, 알고보니 '불법취업' 소굴

in New Delhi, India, May 21, 2020. REUTERS/Anushree Fadnavis / 사진제공=로이터 뉴스1(본 기사와 사진은 관련없음)

서울 용산 이태원 일대를 중심으로 외국인을 주 고객으로 하던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배달알바(속칭 '라이더') 상당수가 '불법취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최근 3주 동안 서울 관내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불법취업한 외국인 166명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는데 그중 131명이 한 업체 소속이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서울 용산소재 배달대행업체 'OO딜리버리'는 배달수수료 절감을 위해 홈페이지 및 인터넷 구인대행업체 광고 등을 통해 일명 '다국적 라이더'를 모집했다.

외국인들 모여 만든 배달대행 스타트업, 외국인들 불법고용
OO딜리버리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다 불법취업으로 적발된 외국인들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국적 유학생 등 총 131명에 달했다. 유학생의 경우 사전에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으면 학부과정은 주당 20시간 이내, 석박사 과정은 주당 30시간 이내에서 시간제 취업이 허용된다.

그런데 OO딜리버리는 유학생 90명에 대해서 건수별 수수료를 지급하면서도 합법적 시간제 취업허가를 받기 위해 마치 시간제 근로를 하는 것처럼 꾸며 작성한 허위 근로계약서를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2015년경 창업된 OO딜리버리는 서울에선 이태원, 강남, 홍대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어로도 주문이 가능하고 지방은 미군이 많이 살고 있는 평택 기지 주변 송탄과 안정리 일대,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지역에서 서비스한다.

창업멤버 다수가 외국인이었고 초기엔 미국인이 대표를 맡아 외국계회사로 알려졌으나 현재 대표인 A씨는 한국 여성이다. 주요 임원 6명 중 나머지 5명은 모두 외국인으로 미국인 3명, 스위스인 1명, 영국인 1명이다.

'다국적' 배달인력,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알고보니 '불법'OO딜리버리는 블록체인 기업과 제휴해 암호화폐로도 결제를 가능하게 하고 유명 대형 배달대행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배달가능 지역을 넓히는 등 업계에서 성장세를 보이던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배달업' 매출이 증가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지자 불법취업 외국인 라이더들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서민들의 대표적 일자리 중 하나인 배달알바 영역에 외국인들이 불법취업해 대거 유입되면서 서민층 일자리가 잠식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적극 대처하여 서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근 집중 단속 및 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불법 고용주로 적발된 나머지 한국인 업주 3명은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3항(불법고용) 위반으로 범칙금 처분에 그쳤지만, 131명을 불법고용한 OO딜리버리 대표 A씨는 외국인 불법고용 및 허위서류 제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출입국관리법 제26조를 위반해 허위서류를 제출해 취업허가를 신청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외국인들 배달대행 등 단순노무 못 하게 하는 이유는…'경제적 약자인 내국인 보호'이번에 약 3주간의 단속으로 적발된 불법취업 사례는 대부분 유학생(D-2 비자 148명)이었지만 재외동포(F-4)도 12명이나 됐다. 외국 국적의 한국인에게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발급돼 한국체류에 특혜를 주는 재외동포비자에서도 배달과 같은 단순노무 분야 취업활동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국내에서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재외동포비자 취득이 가능한 외국 국적의 한국인에게도 단순노무는 금지해 놓고 있다. 체류 비자가 만료되거나 비자가 없는 불법체류자 4명도 같이 적발됐다.

외국인들의 비자업무를 전문적으로 다뤄 본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외국인들에게 취업시장을 제약없이 열어 놓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 단 한 군데도 없다"며 "배달업무같은 단순 노무형 알바는 특히 서민들과 경제적 약자들의 일자리로 인식되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원칙적으로는 금지해놓고 허가를 받아 시간제로 제한적으로만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업주들은 일손이 급하다고 외국인 응대를 외국인이 잘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 외국인을 불법고용하겠지만 출입국관리법의 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이걸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국인 보호를 위한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규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의해 대규모로 적발된 뒤 OO딜리버리는 회사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있던 다국적 라이더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삭제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어바웃 OO'이라는 회사소개 메뉴도 비활성화해 회사소개에 있던 '외국계 회사, 다국적 라이더' 등의 홍보 문구를 읽지 못하게 가려 뒀다. 현재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광고하고 있는 라이더 모집 공고에서도 '외국인'을 빼고 '내국인'만 모집하는 것으로 변경해 두었다. 머니투데이는 회사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표 등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