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첫 빅딜...석유공룡 몸집 불리기 시작

/AFPBBNews=뉴스1

세계 5위 석유업체인 쉐브론이 코로나19와 저유가 파동 후 처음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앞으로 미국 석유업체간 합병이 급물살을 타는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쉐브론은 이날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쉐브론은 노블에너지의 지난 17일 주가에 7.6%의 프리미엄을 부여, 1주당 10.38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노블에너지의 부채(80억달러)를 포함하면 거래 규모는 실제 130억달러(약 15조 5800억원)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코로나 위기로 전세계 석유 수요가 붕괴하고, 국제 유가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이후 첫 빅딜이자 최대규모"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쉐브론은 텍사스, 콜로라도 등 미 자사 유전 인근에서만 9만2000에이커(약 372.3km2)에 달하는 셰일오일 필드를 확보하게 됐다. 이 면적은 서울의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다.

또 지중해 동부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전인 이스라엘 연안의 '리바이어던 필드' 등도 쉐브론의 품에 들어간다. 거래가 완료되는 쉐브론은 이스라엘에 진출한 첫 대형석유업체가 된다.


우드 매캔지의 장 바티스트 부자드 애널리스트는 "쉐브론이 국제지리적으로 핵심 지역인 이스라엘에 진출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물론 향후 이 지역에서의 추가 개발 잠재력까지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번 거래로 석유 거인들이 작은 물고기들을 먹어치울 기회가 만들어졌다"면서 "뉴멕시코와 텍사스에 걸친 미 최대 셰일가스전인 퍼미안분지에서의 영역 확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커크 에드워즈 라티고 페트롤리움 회장은 "과거 유가 쇼크 때도 시장이 침체됐을 땐 재무구조가 탄탄한 강한 회사들은 그렇지 못한 회사들을 인수했었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올해에만 북미에서 20여개 이상의 석유업체들이 파산했다. 지난 4월에는 셰일업체 화이팅 페트롤리움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셰일 대기업 중 1호를 기록했고, 지난달말에는 '셰일혁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체사피크에너지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세계 수요가 침체된 데다가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거부하고 유가전쟁까지 벌이자 유가가 폭락하면서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자 미국내에서도 석유업체들이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쉐브론과 엑손모빌 등 대형업체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를두고 시장에선 중소형업체들이 쓰러지면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