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배우자에 100억 보험을…" 이상한 무죄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보험금 95억원을 노리고 캄보디아 출신의 만삭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살인죄를 벗었다. 결국 법원은 "살해의 직접 증거는 없다"고 본 것인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상식적으로 배우자 앞으로 100억 가까운 보험을 드는 게 말이 되냐"며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보험금 95억 노리고 만삭 외국인아내 살해 혐의 '무죄'

대전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허용석)는 지난 1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인 원심을 깨고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금고 2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감금되지만 노역은 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앞서 2014년 8월 A씨가 몰던 스타렉스 승합차가 갓길에 세워져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로 동승자인 임신 7개월이던 캄보디아 국적 아내 B씨가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이후 제보에 따른 조사 결과, B씨 앞으로는 95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계약이 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살해할 동기가 없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단순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은 2017년 5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① 26개 보험 든 남편…"한달 수입 1000만원인데 보험금 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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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배우자 명의로 총 95억의 보험금 26개를 들었다는 게 비상싱적이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A씨는 B씨 명의로 11개 보험사에 모두 26개 보험을 들어 월 400여만 원의 보험료를 지출했다. 조을원 변호사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A씨가 한달 수입을) 최종적으로 1000만원이라고 썼다"며 "아내한테만 400 그리고 나머지 보험금 합치면 한 800 정도를 매달 부담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들을 출산예정이었고 생활용품점의 주 고객이었던 보험설계사들로부터 보험을 가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입했으며, 보험수익자 역시 보험설계사들의 권유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조 변호사는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보험을 약간 저축 같은 것으로 인식해서 사용을 했다(고 본 것)"이라며 "왜냐하면 나중에 밝혀진 사실관계에 의하면 보험금을 가지고 또 대출도 받은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② 아내 몸에서 검출된 수면유도제…"임신 7개월인데"

/사진=김현정 디자인 기자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했던 A씨와 달리 아내는 안전벨트로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 사고가 일어날 경우, 더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숨진 B씨의 혈흔에서는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자, A씨에게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임신 7개월 아내 몸에서 수면유도제가 나왔다고?", "산모는 잠이 많은데 거기에 수면유도제까지 먹었다면 세상모르고 잤을 것" 등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이 있다"며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성분"이라며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A씨의 혈액에서도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며 증거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③ 졸음운전인데…사고 전 켜진 상향등·바퀴는 11자검찰은 A씨가 사고 전 상향등을 켰고, 차가 일정하게 주행하는 등 단순 졸음운전으로 볼 수 없는 정황을 제시했다. 운전자가 충돌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A씨가 운전하는 차는 사고 전 상향등이 켜진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6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졸면서 (상향등을) 당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상향등이 켜졌다는 건 졸음운전을 했다는 남편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라고 2심이 유죄를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뒷바퀴가 11자로 나란히 정렬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정확히 아내가 타고 있는 조수석만 트럭에 추돌시키기 위해 미세하게 차량을 조정해 바퀴가 11자로 정렬됐다는 주장이다.

의문점은 여럿 남아있지만, A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다. 재판부는 "A씨가 본인의 목숨까지 담보한 채 B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객관적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사고 사실만을 유죄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