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최고 사형에도…인도에선 또 13세 소녀 '강간 살해'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뉴델리=AP/뉴시스]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수의사가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03.

[뉴델리=AP/뉴시스] 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수의사가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인도를 강간 국가로 만들지 말라""범인을 사형시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었다. 2019.12.03.

인도에서 13살 소녀를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두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도는 성범죄에 최고 사형 판결을 내리는 등 엄한 처벌을 하고 있음에도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 지난 14일 밤 실종됐던 소녀가 용의자 중 한 명의 사탕수수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소녀는 성폭행 후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살해된 소녀의 가족은 용의자들이 소녀의 혀를 자르고 눈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소녀의 눈에 남은 상처는 날카로운 사탕수수 잎 때문"이라며 시신 훼손에 대한 가족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에서 일어난 '여대생 버스 강간살해 사건' 이후 성범죄 형량이 강화됐다. 이후 피해자를 죽음이나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성폭행 피의자에 대해 최대 사형을 선고 및 집행하고 있으나, 관련 범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2018년 3만4000건의 성폭행 사건이 보고됐다. 15분마다 성폭행이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성폭력 신고가 금기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에서 기소된 성폭행 중 유죄 판결은 27%에 불과하다.

[뉴델리=AP/뉴시스]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수의사가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03.

인도에서는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심각하다. BBC에 따르면 인도 성폭행 피해자 4명 중 1명은 아동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4일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는 10대 소녀가 수동 펌프에 물을 길러 갔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온 두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담배꽁초로 고문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날 인도 델리에서도 13살 소녀가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가 이웃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2월에는 수도 뉴델리 미국대사관 내에서 25세 운전사가 5살짜리 여아를 성폭행하는 사건일 일어나 인도를 충격에 빠트렸다.

인도에서 이처럼 잔혹한 수법의 성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로는 왜곡된 여성관이 꼽힌다.

'여대생 버스 강간 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사형 판결을 받았던 무케시 싱은 BBC 다큐멘터리 '인도의 딸'에 출연해 "제대로 된 여성은 밤 9시 이후 외출하지 않는다"라며 "여성이 성폭행당하면 그 책임은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있다"고 말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