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민연금 이사장의 맞수 '전국민고용보험'

김용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앞 줄에서 오른쪽)이 31일 출근하고 있는 모습/사진=국민연금공단

31일 업무를 개시한 김용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기 3년 내내 떠 안고가야 할 숙제는 국민연금 개혁이다. 2050년대 예정된 재원 고갈 시기를 늦추는 개혁이 단행돼야 안정적인 국민연금 지급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반환점을 돈 문재인정부 내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다른 4대 보험인 고용보험 개혁이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뒷전으로 밀렸다.

김 이사장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내부 업무망에 올린 취임사에서 4대 과제 중 첫 번째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언급했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 3년 임기 시작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현안 보고 등의 안건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는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화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잘 조율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입장이나 국민연금 개혁을 얼마나 비중 있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무를 맡는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개혁을 이끄는 조직은 아니다. 행정부 내에선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혁 주체다. 또 국민연금법 개정이 필요한 국민연금 개혁을 최종적으로 좌우하는 건 국회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개혁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을 부족하지 않게 유지해야 은퇴 노년층에 연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어서다.

복지부가 2018년 8월 내놓은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 개선이 없을 경우 적립금은 2057년 바닥을 드러낸다. 5년 전 3차 전망 대비 소진 시점이 3년 앞당겨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연금 2057년 바닥, 정부 개선안 내놨지만…
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현행유지방안 △기초연금 강화방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 1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 2안 등 4가지였다. 이 중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재원 고갈 시기를 늦추는 개편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 1안, 2안 뿐이었다. 20대 국회는 이 제도 개선안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개혁은 21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 신세다. 우선 정부·여당이 적극적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민연금 개혁은 더욱 밀리는 분위기다. 4대 사회보험인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뜯어고치긴 어렵기 때문이다. 두 사회보험 개혁 모두 보험료 인상 논의가 불가피해 사업주, 노동자,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전국민고용보험에 밀린 국민연금 개혁

문재인대통령 / 사진제공=뉴시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개혁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부터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접어드는데 여당이 표 잃기 좋은 국민연금 개혁에 나설리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이사장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을 기반으로 국민이 바라는 제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으로 정통 경제 관료다. 기재부 2차관 시절인 2018년 11월 말 '2019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과정 당시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아이돌봄 서비스사업 예산을 깎으려는 야당에 맞서 눈물을 흘린 일화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