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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모르는 회계사가 감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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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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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3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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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IFRS)을 모르는 회계사가 IFRS 적용 상장사 감사에 투입된다"
"엑셀을 쓸 줄 몰라 수기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가위로 서류를 오리고 풀로 붙여 품감실(품질감리실)에 제출한다"
"젊은 회계사들이 함께 일하기 꺼려해 나이 많은 회계사들이 따로 팀을 꾸린다"


중견회계법인에서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한 회계사의 말이다. 옛날 감사풍경을 회고하는 말이 아니다. 2020년 현재 감사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상장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조차 모르는 회계사들이 감사실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회계사수 300~400명대의 중견회계법인들로 이들은 대부분 70~80대 노령층이다. 법인당 30명 안팎의 이같은 회계사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업계는 이들이 빠르게 변하는 회계기준을 습득하거나 새로운 산업동향에 적응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대부분 인맥을 통한 상장사 감사를 수임해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4, 중소에서 찾기 힘든 고령회계사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에서 열린 제2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 치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19.10.31/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에서 열린 제2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 치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19.10.31/뉴스1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사는 총 2만1758명. 이중에서 60대 이상 회계사는 1548명으로 약 7%를 차지한다.

물론 이들이 모두 감사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세무나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지만 유독 중견회계법인엔 감사업무를 하는 고령회계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회계법인인 빅4(삼일·삼정·안진·한영)의 경우 애초에 고령회계사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보통 내규상 60~62세를 정년으로 뒀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감사 실무를 뛰는 경우도 드물다. 대개 50대 중반까지 상장사 감사를 맡고 50대 후반엔 보통 관리직으로 빠지는 식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고령회계사는) 우리와 거리가 아주 먼 얘기다. 회사 파트너 중에서도 감사필드를 뛰는 분들 나이는 많아야 66~67년생 정도"라며 "보통은 3~7년차인 30~40대 회계사들이 대부분 감사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수십명대에서 적게는 수명에 불과한 중소형 회계법인에서도 고령회계사를 찾긴 힘들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작은 로컬들은 스스로 살기도 바빠 군식구를 데리고 있을 처지가 이니다"며 "S사나 D사 같이 회계사수가 300~500명 규모가 되는 로컬법인들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은 펀이다"고 설명했다.


◇왜 중견일까


회계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회계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중견회계법인에 고령회계사가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영향이 크다. 감사인등록제는 일정요건을 충족한 회계법인에 한해 상장사 감사를 맡기는 것으로 최소 회계사수가 40인이다.

이에 지난해 회계법인들은 너도나도 회계사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빅4가 대부분 신입회계사를 채용했고 경력회계사들도 빅4로 집중되면서 중견법인들은 일부 고령회계사로 눈을 돌렸다.

이미 일선에서 은퇴한 고령회계사까지 끌어모아 감사인등록을 신청하는 등 '장롱에 있던 회계사 자격증을 소환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회계업계의 묵은 과제인 원펌(One Firm)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원펌은 일종의 통합관리체계로 인사와 자금, 내부통제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업구조다. 빅4 회계법인들이 모두 이같은 구조다.

반면 중견회계법인을 포함한 로컬법인들은 오랫동안 독립채산제를 고수해왔다. '한지붕 아래 여러집' 구조로 사업부별로 적자를 내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는 구조다. 정년이 구체적으로 없는 경우도 많아 고령회계사들이 오랫동안 감사필드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주기적 지정제가 바꿀 문화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일부 고령회계사들은 이같은 체제 아래에서 자기인맥을 활용해 감사기업을 수임하고 자리를 꿰차는 일들도 반복해왔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사장과 친구인 경우 등 연줄로 감사시장이 운용돼온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점차 이런 모습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근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상장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다. 회사가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유수임한 후엔 의무적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에 외부감사업무를 맡기는 제도다.

한 회사와 수십년간 감사계약을 체결해온 근간이 흔들리면서 이들의 인맥도 힘이 줄어든다. 주기적 지정제가 자리를 잡아가면 자연스레 사라질 풍경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분들이 아직도 법인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감사시장이 개인적 관계로 운용돼왔다는 뜻이고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제도시행으로 개인적 관계에 의해 유지되던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들이 더이상 감사파트에 있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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