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영 검사 유족 "자료 충분한데도 수사 미적…의심스럽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상급자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유족 측과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 등으로 구성된 대리인들이 해당 상급자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뉴스1

상사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 유족과 대리인단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 여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가 24일 개최된다. 대리인단은 부의심의위 개최를 앞두고 "국민의 알권리, 인권보호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수사심의위 부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등으로 구성된 대리인들은 23일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리인단은 의견서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수사심의위가 개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김 검사 사망일인 2016년 5월19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총 1800건 내지 1900건의 기사가 검색된다"며 "하루에 1건 이상의 기사가 보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인권보호의 필요성 측면에서도 부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은 "이 사건은 검찰 조직 내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라며 "절차와 관련하여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부의가 이루어진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종을 울려 인권보호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이 사건은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언급하는 등 검찰의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리인단은 "이 사안은 검사 2년차인 피해자에 대하여 피해자의 선·후배 검사 여러 명이 있는 가운데 단순한 훈계나 업무 차원의 질책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폭언과 모욕적인 언사, 폭행 등을 반복함으로써 검사로서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라 부연했다.

고 김홍영 검사의 아버지인 김진태씨가 지난 14일 대리인단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메세지/사진=김홍영 검사 측 대리인단 제공

끝으로 대리인단은 수사심의위 소집신청서를 제출한 지난 14일에 김 검사의 아버지인 김진태씨가 대리인단에 보낸 문자메세지를 공개하며 "부의필요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했다. 김씨는 문자메세지에서 "이미 검찰의 감찰보고서와 그후 법원의 해임결정판결 등 여러가지 조사자료가 충분한 사안인데도 이렇게 장기간 미적거리는 이유가 뭔지 유족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고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김 검사는 2016년 5월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 전 검사가 상사의 폭언과 폭행으로 '죽고 싶다' 등의 메세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에 나선 결과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2016년 8월 김 전 부장검사의 해임을 의결했다. 해임처분은 행정소송을 거쳐 지난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징계법상 해임은 최고 수준의 징계로 변호사 개업이 3년간 제한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해 11월 김 검사에게 수차례 폭언·폭행을 한 김 전 부장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으나 피고발인 조사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