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죽은 꿩 가져가실 분" 당근마켓 보고 덥석 받았다간

본문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중고물품 직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제주도에서 죽은 꿩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입니다.

A씨는 집을 나서던 중 꿩이 날아와 차에 부딪치는 바람에 죽었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꿩 사체를 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에 '부정 탄다', '먹으면 큰일 난다'는 누리꾼들의 걱정스러운 말들이 이어졌는데요. 차에 부딪쳐 죽은 야생동물 사체를 남에게 주거나 요리 재료로 써도 괜찮을까요?


◇야생동물 함부로 먹었다간 '처벌'

미신이나 찝찝한 기분 탓만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야생동물 사체 섭취는 금지돼 있습니다. 차에 부딪친 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생활폐기물 처리기준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사체는 섭취, 판매, 가축 먹이로의 활용을 할 수 없습니다.

꿩이 차에 부딪친 것이 아니라 직접 잡았더라도 이를 함부로 먹으면 안 됩니다.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꿩은 국부적으로 서식밀도가 몰려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탓에 유해조수에 포함되는데요. 흔히 유해조수는 허가 없이 잡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 또한 불법입니다.


야생생물법은 유해야생동물을 수렵하기 위해서 지자체에 포획허가를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허가 없이 꿩을 포획하는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아울러 법을 위반해 포획한 야생동물이나 이를 사용해 만든 음식물 또는 가공품을 알고도 취득하거나 섭취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중형에 처해지고, 해당 음식물도 지자체에 압류당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다만 A씨는 꿩 사체를 판매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사체 처리 시의 곤란을 해결함과 동시에 비싼 꿩고기를 지역 주민에게 나누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A씨가 실제로 꿩을 허가 없이 잡거나 판매 또는 가공을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니므로 별도의 처분은 받지 않을 텐데요. 최근 중고거래 앱이 활성화됨에 따라 금지된 물품을 팔다가 본의 아니게 법적 문제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으니 판매에 앞서 더욱 면밀히 관련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동물 사체, 사유지라면 종량제 봉투에

그렇다면 차에 부딪쳐 죽은 동물 사체를 맞닥뜨렸을 때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A씨와 같이 주차해둔 차량에 날던 새가 우연히 부딪쳐 죽은 경우에는 차 주인이 직접 사체를 처리해야 합니다. 동물 찻길 사고, 즉 로드킬은 도로법에 따른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일 때만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서 처리합니다. (환경부예규 제634호) 아파트 주차장 등은 도로가 아닌 사유지이므로 차주가 직접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반 도로에서 운전 중에 직접 동물을 치거나 인도에서 걷던 중 도로에 동물 사체가 있는 것을 목격하면 지체 없이 지자체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로드킬 신고가 법적으로 강제돼 있는 건 아니지만, 뒤따라오는 운전자가 사체에 놀라 2차 사고를 낼 가능성도 있는 데다 생명 존중의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죠.

고속도로라면 도로교통공사, 그 외 일반 도로라면 다산콜센터나 환경부로 연락해 정확한 사고 위치를 전달합니다. 한편 동물이 아직 죽지 않고 다치기만 한 상태라면 정부가 지정한 지역별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에 연락해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