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의사 "中 정부가 코로나 상황 밝히지 못하게 입막음 했다"

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코로나19 지정병원인 진인탄 병원에서 16일 보호복을 입은 의사가 의자에 앉아있다. 2020.02.19./사진제공=AP/뉴시스

중국 우한 의사들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정부의 압박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방영 예정인 BBC 다큐멘터리 '54일'(54days)은 지난해 1월 초 우한중심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했다는 증언을 담고 있다.

'54일'에 기록된 이같은 우한 의사들의 증언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우한중심병원은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꼽히는 우한 화난 수산시장에서 불과 몇 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병원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이 병원에는 확진자가 밀려들었고 이듬해 1월 초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됐다. 병원 직원 200명 이상이 감염됐고 내부 고발자였던 의사 리원량을 포함해 여러 명이 숨졌다.

하지만 병원 당국은 의료진이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심각한 전염병 상황을 외부에 밝히지 못하도록 막았다. 익명의 의사는 '54일'에서 "모든 사람들이 인간 간 전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당국은 전염병이 없다고 말했다"며 "이것은 우리를 매우 혼란스럽고 화나게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몇 주 동안 수백, 수천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지만 병원 내에서 코로나19를 진단하거나 보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며 당시 공식적으로 보고된 코로나19 발생 건수는 41건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매체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전염력이 매우 낮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을 때 이미 대유행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