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여도 '영끌'은 계속…은행 가계대출 1000조원 돌파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 2월에만 6조7000억원이 늘었다. 대출규제 등으로 주식투자를 위한 '빚투'가 주춤해졌지만 주택 구매와 전세를 위한 '영끌'은 계속 이어지면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7000억원 늘어났다. 1월 증가액(7조6000억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월 기준 역대 두 번째다. 1위는 지난해 2월(7조8000억원 증가)이다. 2019년 2월은 2조4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었다.


1월보다 신용대출은 크게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그만큼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0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전월(2조6000억원)보다 증가세가 완화됐다. 한은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의 신용대출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열기가 다소 주춤해지면서 이른바 '빚투'현상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 신용대출규제도 영향을 줬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폭을 깎아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총량을 조절했다. 여기에 설 상여금이 유입되면서 대출 필요성이 감소한 점, 은행의 자체적인 리스크관리 등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이 6조4000억원으로 전월(5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 포함되는 전세자금대출이 3조4000억원으로 1월(2조4000억원)보다 1조원 늘었다. 전세가격 상승과 함께 이사철 자금수요가 몰리면서다. 한은 관계자는 "신학기 이사철을 맞아 전세자금 대출수요가 늘었다"며 "기존 시계열 자료를 비교해봐도 2월에는 전반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8조9000억원이 늘면서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전월(10조원)보다는 증가규모가 소폭 줄었다.

대기업대출은 증가폭이 6000억원으로 전월(3조4000억원)보다 줄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8조4000억원으로 전월(6조6000억원)보다 증가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4조1000억원으로 전월(2조5000억원)보다 증가했고 2월 기준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은 연말 일시상황분 재취급 등 계절요인이 소멸하고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증가폭이 줄었다"며 "중소기업, 개인사업자는 코로나19 관련 자금수요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으로 대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