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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길막고 "만나자"…스토킹, 이제 '최대 징역 5년'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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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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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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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2018년 서울 강서구에서 남성 A씨가 전처를 끊임없이 스토킹하던 끝에 그를 살해했다. A씨는 피해자 승용차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를 몰래 장착하고 피해자가 이사를 할 때마다 찾아냈다. 2015년 둘째 딸이 경찰에 한 차례 신고해 경찰이 A씨를 데려갔지만, 2시간 뒤 풀려났다. 경찰이 내린 긴급임시조치(주거·직장 100m 내 접근금지 및 전화·이메일 접근금지),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A씨의 스토킹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5월엔 경남 창원 한 아파트에서 남성 B씨가 자신이 10년 단골이던 고깃집 사장을 살해했다. B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직전 두 달간 100통의 전화를 하고 수십통의 문자 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B씨가 가게에서 난동을 피워 경찰을 부른 자리에서 피해자는 B씨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고 호소했으나 경찰은 증거가 없다며 단순 영업방해로 보고 B씨를 풀어줬다. 경찰에서 풀려난 다음날 B씨는 피해자를 살해했다.

스토킹 범죄자가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는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란 이름으로 발의된 후 22년 만이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쳤는데, 이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피해 범위도 넓어졌다.


22년 만에 '범죄' 된 스토킹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1.3.24/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1.3.24/뉴스1
지난 2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원회 대안)' 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제정안은 범죄에 해당하는 스토킹 행위를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곧 공포돼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간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됐다. 이 경우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만 처할 수 있어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에 비해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제정안은 ‘스토킹 행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글·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중 하나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 등이다.

같은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저지르위는 것은 ‘스토킹 범죄’로 정의됐다.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경찰은 스토킹 행위를 신고받으면 즉시 현장에 나가 제지하고, 이를 지속·반복하면 처벌받을 수 있음을 행위자에게 경고해야 한다. 경찰은 스토킹 범죄 발생 우려가 있거나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스토킹 피해자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우선 취하고 지방법원 판사에 사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본질' 이해 못한 법.."실질적 보호조치 없어"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7.7/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 촉구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7.7/뉴스1
그동안 스토킹범죄는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주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경범죄 처벌법이 적용돼왔다. 하지만 스토킹범죄가 지속적·반복적 괴롭힘에 그치지 않고 상해·살인 등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데 반해 처벌이 약하단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범죄로 규정하고 간접 피해 범위를 넓히는 등의 내용이 이번 제정안의 골자다. 그러나 일부 여성단체들은 이번 제정안이 실제로 필요한 대책들을 빼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반의사불벌 조항이 존속되고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는 등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전날 낸 '22년만의 스토킹 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에선 “법률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만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는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이 안 된다"면서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과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고작 이런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우리는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을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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