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비판에 국뽕?…기름 붓는 판타지 면죄부

조선구마사 SBS드라마./사진=위키백과 캡쳐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역사왜곡 비판에 대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공학부 교수가 '국뽕', '세뇌된 반중·반일 테러리스트' 등이라고 언급하며 폄하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치, 한복 등이 중국 전통문화라고 주장하는 중국발 역사왜곡에 예민해진 국민들에게 '동북공정'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드라마에 대한 비판을 '국뽕', '세뇌된 역사인식'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황교익이나 이 교수의 표현대로 '판타지에 왠 역사 왜곡이냐'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구려사를 중국 지방정부의 역사로 전락·편입시키려는 역사왜곡(동북공정)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더 이상 관망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공분도 투영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광고철회 등 '보이콧'(거부) 움직이 이어지자 SBS도 26일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선구마사'는 왜 '국민밉상'으로 등극했나?
SBS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회에서 조선 '기생집'에 월병과 피단, 만두 등의 중국 음식과 중국풍의 소품을 연출했다.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판타지 사극'을 표방하더라도 역사적 고증이 너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또, 태종이라는 실존했던 인물에 대해 죽은 아버지 이성계의 환영을 본 후 광기에 빠져 백성들을 학살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등 인물에 대한 왜곡도 역사왜곡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조선구마사를 쓴 박계옥 작가가 전작인 tvN '철인왕후'에서도 역사왜곡 홍역을 치렀던 만큼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한층 논란을 가열시켰다.

황교익·이병태 발언에 누리꾼들 '격앙'…동북공정이 우스워?

사진=뉴스1TV 캡쳐

'조선구마사'에 대한 역사왜곡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황교익과 이병태 교수의 발언이 논란을 재점화 시켰다.

황교익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판타지면 판타지로 보고 말지 뭔 역사 타령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선구마사'는 판타지다. 그럼에도 조선시대가 배경이니 음식 나오는 장면에서 개연성을 따진다"며 "국뽕 여러분은 만두가 중국의 발명품이며 중국 고유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분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부역하고 있다. 정신들 차려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지난 25일 SNS에 "세종대왕이 중국 만두를 먹었다고 난리라는데, 세종은 대표적인 중화사상을 신봉한 친중 군주였다"며 "당신들은 이미 동북공정에 세뇌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슨 콤플렉스가 이리 심한가? 픽션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이렇게 무섭게 흥분한 민중들을 활용한 정치가 모택동의 문화혁명이고 김일성의 인민재판"이라며 "군중심리로 작가들의 상상력을 억압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이 인정하는 '하나의 역사'만 말하고 가르치고, 그래서 세뇌된 반일, 반중 테러리스트들이나 길러내자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그 입다물라 그래서 한복이나 김치가 그들 문화라 억지 쓰는 것이 옳다는거냐", "고증이 덜 된 거랑 역사왜곡이랑 같냐", "어차피 판타지인데 뭐가 나오든 어때 그런 식의 생각이라면 종군위안부가 비키니 입고 나와서 일본 군인 꼬시는 장면 나와도 판타지 드라마로 만들면 상관 없겠네", "역사적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알려졌다고 해서 아무말 대잔치네" 등 격앙된 표현을 써가며 분노를 쏟아냈다.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임성균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에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관한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크다, 이미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중국발 역사왜곡은 우리나라 역사에 국한돼 있지 않다. 중국은 몽골제국의 칭기즈칸에 대해서도 중국인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서부 도시 낭트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칭기즈칸 전시회에서도 '몽골 제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을 요구한 적도 있다.

아울러 일본에게는 난징대학살을 부정하지 말고 왜곡된 역사를 시정하라고 주장하면서도 자신들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등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