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30% 줄어든 동료들…여행업 회복? '아직 이르다'

지난 3월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여행사 부스 구역이 한산하다./사진=뉴시스

#. 중견 여행사 직원 A씨는 여행업계를 떠날 생각이다. 관광 관련 전공을 하고 여행사에 취업해 오래 근무했지만, 코로나19(COVID-19)로 1년 넘게 기약 없는 휴직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단 생각에서다. A씨는 "받아주는 곳이 많지는 않겠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뭐라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낳은 '여행 쓰나미'가 백신 방파제를 만나 차츰 잦아드는 모양새다. 집단면역 호재로 끊겼던 해외여행길이 복구되는 기미가 보이면서다. 그러나 바깥 분위기와 달리 여행업계 내부 사정은 악화일로다. 매출 '제로(0)'에 따른 고용 '보릿고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4일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상장 여행사 4곳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재직 직원 수는 3802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한 전년 동기(4264명)보다 10.8% 가량 줄었다.

문제는 이 수치에 올해 초 진행된 업계 1위 하나투어의 대규모 구조조정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 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나투어 희망퇴직자들은 지난 3월31일자로 퇴사했는데, 1분기 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하면 주요 여행사 재직 직원수는 3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코로나 1년 만에 10명 중 3명(29.6%)이 사라진 셈이다.

여행사는 인적자원을 토대로 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상품기획부터 영업이나 모객 후 여행객 인솔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에서만 25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등 여행사마다 적지 않은 인력을 유지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국내 여행업 종사자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2019년에는 3만4615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주요 여행사들이 무급휴직을 진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급여도 급감하면서 직원 상당수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1분기 하나투어 직원 평균급여는 400만원으로 전년 동기(900만원) 대비 56% 줄었다. 단순 환산하면 월 130만원을 받았는데, 지난해 최저임금(8590원)으로 받는 월급(179만원)보다도 낮다.

여행사 사무실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모두투어

일각에선 백신접종과 정부의 자가격리 면제 정책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이면서 하반기에 고용이 정상화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실제 주요 여행사마다 백신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영업엔진에 시동을 걸었고,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참좋은여행이 일찌감치 휴직자 일부를 불러들였고, 하나투어도 이달 들어 필수근무인력을 400명으로 두 배 확대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선 올해 안에 해외여행이 정상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서 백신접종 속도전을 시작하며 더딘 접종률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외 확산세와 백신여권, 국가 간 자가격리 해제 등 변수가 적지 않아서다. 여전히 주요 여행사들의 직원 절반 이상이 휴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여행 상품 재개는 향후 업황 회복에 앞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실제 예약건수는 아직 몇 건에 불과해 실적개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올해도 비용절감 등으로 최대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 기존 인력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