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 돌아온 '백금산'…되뇌는 '철강 자급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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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재방영중인 16부작 연속극 '백금산'의 오프닝 장면.(조선중앙TV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저녁 황금시간대에 광부들의 생산투쟁을 소재로 한 인기 연속극 '백금산'을 재방영하고 있다.

북한의 현대소설가 김문창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연속극 '백금산'은 총 16부작으로 세계적 규모의 마그네사이트 단지인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룡양광산을 대규모 광물 생산 기지로 변모시킨 김일성 주석의 '영도력'과 광부들의 위훈을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적당히 가미돼 2008년 5월 첫방 이래 북한에서 가장 인기를 끈 연속극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백금산'은 1961년 룡양광산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마그네사이트는 금과 같이 귀중하다"며 직접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흰빛을 띤 마그네사이트 원광석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모습에서 유래된 명칭이라는 설도 있다.

연속극의 핵심 줄거리는 70년대 인민군대 복무를 마치고 룡양광산에 자원한 제대군인 9명이 7호굴착기소대에 배치돼 낡은 장비와 각종 사고 등을 이겨내고 '노력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북한 TV가 과거 인기를 끈 연속극이나 영화를 다시 방영하는 것은 늘상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 백금산의 재방영은 '자력갱생'을 기치로 내부 결속에 매진 중인 최근 북한의 행보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북한은 연초 수립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금속 및 화학공업을 핵심산업으로 지목한 이래 연일 관영매체 등에서 "인민경제의 맏아들"이라며 금속부문의 성장을 강조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이 탄광, 광산에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이른바 '청년 탄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탄원은 북한에서 '어려운 곳에 스스로 자원하는 것'을 말한다.

'백금산'이 처음 방영된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금속공업 중시 정책에 따라 청년들이 광산으로 대거 투입됐는데, 이 연속극이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현재 추진 중인 자력갱생의 기조 중 하나는 사회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금속과 농업 부문에서 생산력 증대와 각종 원자재 국산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추동한다는 것이다.

장기 대북제재 하에서 중간재의 국산화가 자력갱생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나 실현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금속 공업의 경우 부유예열식 산소 열법용광로를 통한 '주체철' 생산으로 고품위 합금강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최대 관건인데 중국의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북한이 강조하는 '주체철'은 제철-제강 공정 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코크스(역청탄)을 사용하지 않고 무연탄 등 일반 석탄을 이용한 독창적 제철법을 의미한다. 북한 지역에는 코크스의 원료인 역청탄이 매장되어 있지 않고 코크스 가공설비 기술이 부족해 코크스를 전량 수입해야만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본격화되자 주체철 생산을 민족경제, 자립경제의 토대로 높이 평가하며 2009년께부터 김책·황해제철 등 주요 철강기업소에 주체철 생산 체계를 도입해왔다. 연속극 '백금산'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금속공업부문에서 당면하게 힘을 넣어야 할 문제는 주체철 생산 공정의 현대화, 과학화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주체철 생산 증대를 중대 과업으로 재차 강조했다. 아직 북한 주체철 발전체계의 구체적 수준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주체철 생산체계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까지 높일지 여부를 주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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