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반군에 끌려간 예멘 여배우…"처녀성 검사 등 학대당해"

예멘의 배우 겸 모델이 반군에게 붙잡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휴먼라이츠워치(HRW) 트위터

예멘의 배우 겸 모델이 반군에게 붙잡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예멘에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는 인티사르 알-함마디(여·20)는 지난 2월 20일 수도 사나에서 반군 '후티'에 붙잡혔다. 함께 여행 중이던 알-함마디의 지인 3명도 체포됐다.


반군은 체포 과정에서 알-함마디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여기서 나온 그의 모델활동 사진을 '외설적인 것'이라며 알-함마디를 성매매 여성으로 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교도관들은 알-함마디가 검은 피부에 에티오피아 혈통을 가졌단 이유로 "매춘부" "노예"라는 폭언도 퍼부었다.

변호사 A씨는 "알-함마디는 마약 거래 혐의로 기소된 남성과 같은 차에 타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며 "불명확한 혐의로 붙잡혔지만, 신체적 학대는 물론 범죄 자백과 처녀성 검사까지 강요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알-함마디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협박에 시달렸고 급기야 사건에 관여할 수 있는 권리조차 상실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4월 27일 사나의 한 카페에 있었는데 사복 차림의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당신이 알-함마디의 변호사냐'고 물었다"며 "'그렇다'고 대답하자 변호를 그만두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이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협박 사건 후 한 달 가량이 지난 5월 26일, A씨는 예멘의 수도 사나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에서 알-함마디의 변호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HRW 측은 "후티 반군은 당장 학대 행위를 멈추고 범죄 혐의 및 증거를 확인하는 등 사법 절차에 따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알-함마디의 불확실한 혐의에 대한 부당한 재판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예멘인 아버지와 에티오피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함마디는 4년간 모델로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예멘 TV 시리즈 '사드 알-가립'(Sad al-Ghareeb)과 '고르바트 알-번'(Ghorbat al-Bun)에 출연한 바 있다. 알-함마디의 친척들은 HRW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포함한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예멘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예멘 정부군과의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후티 반군은 2014년 국제사회가 공인한 아브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수도 사나에서 축출하고 북부 주들을 점령한 이후,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