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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첫 도입에 산업계 "탈탄소, 이제 실천할 때"

머니투데이
  • 김성은 기자
  • 최석환 기자
  • 장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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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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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천사의 탈을 쓴 무역장벽 '탄소국경세'③

[편집자주] EU(유럽연합) 탄소국경세가 베일을 벗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무역장벽의 빌미로 쓰일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탄소국경세 도입이 우리나라 기업에 미칠 충격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AFP
5년 뒤 유럽의 '탄소국경세' 도입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웠다. 당장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에 포함된 철강업계에서는 매년 최대 조단위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옴과 동시에 다른 다탄소 배출 업종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선제적으로 탈탄소를 선언했던 기업들의 실천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兆 단위' 뜯길 판···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 철강


지난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행정부격인 EU 집행위원회는 '피트 포 55'(Fit for 55)라 불리는 입법 패키지에 포함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탄소국경세) 초안을 발표했다.


피트 포 55란 EU가 203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한 패키지 정책을 뜻한다. 유럽은 앞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엄격한 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나라로 생산시설이 옮겨가지 않도록 일종의 관세를 매기는 것을 뜻한다. EU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임과 동시에 자국내 산업도 지키기 위해 도입했다.

국내 수출기업에는 일종의 추가 관세의 성격으로 부과될 수 있는 터라 EU의 이번 발표에 전 업계 관심이 집중됐으며 베일을 벗은 초안에서 CBAM이 우선 적용될 업종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 등 5가지다.


EY한영이 올해 1월 그린피스 의뢰로 발간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에 따르면 대(對) EU 연간 무역 수출 규모는 자동차가 71억300만달러(8조1000억원) 1위, 선박이 16억9900만달러로 4위, 철강 등이 9억4900만달러로 7위, 석유 등이 9억3200만달러로 8위를 차지했다.

또 2019년 기준 주요 업종의 EU 수출 관련 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철강이 약 464만톤, 석유화학이 306만톤, 자동차가 17만톤, 조선이 4만톤으로 집계됐다. 탄소국경세를 단순히 톤당 30.6달러로 가정한다면, 철강 업종에 매겨지는 비용은 약 1억4200만달러, 석유화학이 9400만달러, 자동차가 520만달러, 조선이 130만달러로 추산됐다.

EU 수출 비중이 높고 탄소 배출이 많으면서 이번 탄소국경세 대상이 된 철강업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U의 탄소국경세는 특정 국가의 제품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대응이 크게 제한된다. 한 국가의 제품이 수입국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경우 제품에 일괄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세이프가드 조치와 유사한 성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의 계획은 제품별로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라며 "개별 기업으로서는 관세를 부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규제를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국경세가 매년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철강분야 민관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정부는 "향후 탄소세 법안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한국의 입장을 정리해 EU와 지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 수출 많은 자동차·석유화학·조선도 긴장하긴 마찬가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AFP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AFP

정부는 EU의 이번 탄소국경세 발표로 당장 철강 이외 다른 업종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EU는 이후 탄소국경세 적용 업종을 늘릴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유럽향 수출이 많은 다른 업종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우선 EU 수출이 많은 자동차 업종의 경우, CBAM의 직접 대상이 되진 않으나 이날 EU가 함께 발표한 피트 포 55의 주요 내용에는 2035년까지 역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2050년까지 운송 분야 탄소 배출량을 90% 저감시킨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국내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계획대로 진행중"이라며 "각국 환경 규제에 대해 차질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 내부 협의과정과 입법 절차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동화 전략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종도 유럽으로의 수출이 많긴 하지만 이번 CBAM과 별개로 이미 국제해사기구(IMO)의 2023년 시행 선박 탄소배출 규제 강화안에 발맞춰 탈탄소 움직임에 대응해왔단 설명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EU 집행위가 발표한 탄소국경세 적용 분야에 조선은 당장 포함돼 있지 않아 현재 탄소국경세가 미치는 영향이나 기대효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다만 전세계적인 탈탄소화 기조는 변함이 없기에 앞으로도 탄소중립에 지속 관심을 갖고 친환경 선박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 화학 업종은 이번 CBAM 적용 업종에 포함되지 않은데다 역내(아시아권) 수출 비중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해 당장 받을 영향은 미미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향후 EU가 해당 업종으로까지 적용 영역을 넓혀나갈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점검, 대응 중이다.

무엇보다 국내 석유화학 업종은 한 해 약 7100만톤의 탄소를, 정유는 3200만톤을 배출하는 대표 다탄소 업종인만큼 직간접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탄소배출을 줄이기 쉽지 않다"면서도 "CCUS(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을 꾸준히 연구개발 중이고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쓰는 RE100을 선언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배터리·태양광·풍력·수소 기업엔 호재? "속도 더 내야"


한편 이번 피트 포 55의 발표가 탄소중립이란 세계적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현실임을 재부각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선제 대응에 나선 기업들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옴과 동시에 이제는 '선언'에 그치지 말고 실천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EU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30년 기준 32%에서 40%로 상향했다. 또 1000만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키로 하고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배터리나 수소 연료 사용을 적극 유도했다. 국내에서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연구개발 중이거나 상용화 준비중인 기업들엔 호재일 수 있다.

국내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유럽 내 뿐 아니라 유럽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가들의 제조업에 대한 탄소 절감 노력까지 더해 재생에너지 시장 수요는 더욱 증대할 것"이라면서도 "생산지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RE100 등을 좀 더 수월하게 선택하게끔 국내 제도 인프라 개선이 빨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소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는 EU 움직임은 수 년 전부터 얘기 됐기에 이번 발표가 엄청난 호재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업계가 상용화를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 독점 구조, 아직까지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에 비해 훨씬 비싼 재생에너지 단가 등이 기업들의 RE100 가입에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글로벌전략팀장은 "이제는 탄소중립 관련 단순 선언적 행동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들이 실제 행동해 보고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발전시켜 나아갈 때"라며 "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투자가 유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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