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했다던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출근은 계속…차남은 몰래 임원승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남양유업 (495,000원 ▼1,000 -0.20%)이 불가리스 사태로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리자 홍원식 남양유업 (495,000원 ▼1,000 -0.20%) 회장이 대외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뒤로는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홍회장은 회장직 사퇴와 남양유업 대주주 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회사 출근을 이어가고 있다.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 측과 회사 매각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말 거래 종결을 위한 주주총회를 연기한 데다 현재까지 오너일가가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회장은 지난 5월4일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에서 사퇴를 하겠다고 밝힌 뒤 이달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 계속 출근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남양유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3일 출근하던 홍 회장에 사퇴에도 왜 출근하는지 물으니 한앤컴퍼니와 8월말까지 회장실을 사용하기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앤컴퍼니 측은 홍 회장의 출근 여부에 대해 (매각협상의) 논의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더구나 홍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본인의 차남을 임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홍 회장은 지난 5월4일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고 회삿돈 유용 의혹이 나온 장남 홍진석 상무는 지난 4월 보직 해임시켰다. 그러나 그 뒤인 5월26일 올해 초 상무로 승진한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을 미등기 임원으로 선임했다. 5월26일은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5월27일 하루 전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반기보고서 상 홍원식 회장과 홍진석 상무, 홍범석 상무 모두 이사로 등재돼 있다. 사퇴 후에도 오너 일가가 여전히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진행 중인 매각 계약 사안이 마무리된 후 자사 임원 현황 등의 내용이 일괄 변동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홍범석 상무의 임원 선임에 대해서는 "기존 외식 사업을 총괄 관리하던 가운데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외식업계 시장에서 책임 있는 관리와 성과 창출을 위한 배경에서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사진= 뉴스1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남양유업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 상반기 남양유업은 연결 기준 349억74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5억2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705억4000만원으로 1.1% 감소했다.

홍원식 회장은 올 상반기 회사로부터 8억8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남양유업 오너일가가 포함된 등기이사의 상반기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4800만원이었다.

남양유업 노조는 홍 회장을 상대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문을태 남양유업 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 1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홍 회장에 △국민과의 약속 이행 △경영 정상화 대책 제시 △고용 안정 등 요구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는데 홍 회장은 답도 없고 노조 측과 대화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홍 회장이 회사, 직원들은 상관 않고 매각 조건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대주주로서 남양유업의 가치가 최대한 높아질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한다면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국민과의 약속 이행, 경영 정상화 대책, 전 직원 고용 안전에 대해 노사간 협의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