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씨 사건에 "닭살 오소소"…"아동학대 해법, 위탁가정에 있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개월 여아 살해범 양모씨가 장모에게 보낸 패륜 문자. /사진제공=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 엄벌 촉구' 진정서 제출을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인이, 20개월 영아, 구미 3세 여아…왜 피해자 이름으로만 부를까요?"

대전에서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학대해 살해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씨(29) 사건이 알려지며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끊임없이 반복된다. 한 해에만 3만 건이 넘는 학대가 일어난다. 그중 일부 사건만이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던 제가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고 협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위탁하는 위탁가정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사회적 인식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20개월 영아 학대·살해·성폭행한 양씨 문자 공개한 이유는 "신상공개 필요성"

20개월 여아 살해범 양모씨가 장모에게 보낸 패륜 문자. /사진제공=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20개월 영아를 학대한 끝에 살해한 양씨가 장모에게 보낸 패륜적인 문자를 공개했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양씨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을 알리고 아동학대 사건에서 전례가 없었던 '가해자 신상공개'의 필요성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언론 보도로 사건을 접한 공 대표는 지난달 27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양씨에 대한 첫 공판 기일에 찾아갔다. 공 대표는 "재판에 다녀온 날 밤에 양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며 "지난 9년간 많은 재판에 참석해 온갖 잔인하고 끔찍한 아동학대 사실을 들었지만 닭살이 '오소소' 돋은 사건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앙씨는 생후 20개월 영아를 마구 폭행하고 벽에 내동댕이친 혐의를 받는다. 또 성폭행을 저지르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양씨는 첫 공판에서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증거를 토대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공 대표는 "문자를 공개하는 것이 아동학대 범행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했다"며 "그러나 (문자가) 양씨가 장모에 대한 도덕심이 없었듯 딸에 대한 도덕심도 없었던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상공개가 되지 않으면 아동학대 사건은 정인이 사건, 민영이 사건, 원영이 사건 등 피해자 이름을 붙여서 부를 수 밖에 없다"며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사법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탈출' 꿈꿀 수 있도록…학대 피해 아동 보듬는 '전문위탁가정' 육성해야

지난해 5월 29일 오후 4시 20분쯤. 경남 창녕에 사는 초등학생 A양은 맨발과 잠옷 차림으로 거리를 거닐다 경찰에 신고됐다. 위탁가정에서 2년 동안 생활했던 A양은 구조 직후 "큰 아빠(위탁가정 보호자)에게 데려다달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 대표는 이와 같이 피해 아동이 최소한 더 나은 가정이 있다는 희망과 함께 탈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보듬는 '전문위탁가정'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공 대표는 "A양은 학대 당하지 않는 가정을 경험해봐서 탈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부터 '위기아동 가정보호사업'을 시행해 양육자로부터 뗴어놓은 0~2세 학대 피해 아동을 일반 가정에서 최대 6개월간 양육·보호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이처럼 전 연령대 피해 아동들을 보듬을 수 있는 '전문위탁가정'을 육성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는 총 3만 905건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43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학대행위자 고소·고발 사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공 대표는 "언론을 통해서는 중상해 아동학대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도 심각하다"며 "내 자식을 한 대만 때려도 범죄자가 된다는 법과 사회 분위기가 생기면 다른 육아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엄벌이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