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요건 완화에 치인 '코스닥·코넥스', 다시 살릴 비장의 카드?

(성남=뉴스1) 안은나 기자 = 10일 경기 성남 분당구 카카오게임즈 본사. 2020.9.10/뉴스1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 규모 2000억원 이상 중대형 기업공개(IPO)는 지난 8월 등장한 HK이노엔 (38,250원 ▲400 +1.06%)(5969억원) 한곳뿐이었다. 지난해 에도 카카오게임즈 (21,700원 ▼450 -2.03%)(3840억원)만 존재했다.

#올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곳은 단 2곳, 타임기술 (2,870원 ▲70 +2.50%)과 이성씨엔아이 (8,600원 0.00%)뿐이다. 이달중 2곳이 추가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4분기 상장이 몰리긴 하지만 지난해 역대 최저 상장 실적인 12곳보다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미래 성장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등의 상장 요건을 완화화면서 연쇄적인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문턱을 낮추자 몸집이 큰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을 택했다. 코스닥도 2018년부터 허들을 낮췄는데 코넥스로 가려는 기업들이 코스닥으로 방향을 돌렸다.

요건 완화로 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자 거래소가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열린 '자본시장 분야 간담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올해 안으로 우량 혁신 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 글로벌(가칭)' 세그먼트를 도입하고 맞춤형 지원, 별도 지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재탕 대책인데다 핵심 요구사항들은 빠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량기업 코스닥에 모시자" 글로벌 세그먼트 도입
미국 나스닥 시장의 '글로벌 셀렉트' 사례를 참고한 제도다. 나스닥 시장은 기업 재무구조에 따라 글로벌셀렉트마켓, 글로벌마켓, 캐피털마켓 등으로 나눈다. 우량 등급으로 평가받는 글로벌셀렉트마켓은 진입 장벽이 높은만큼 진입·퇴출 제도도 까다롭게 운영된다.

우량 혁신기업들을 분리해 관리하자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2018년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의 문제는 시장을 대표하는 우량 기업군의 부재에 있다"며 "유가증권 시장으로의 이전상장 유인을 낮출 수 있는 별도 프리미엄 세그먼트 개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코스닥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우량기업군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을 구분해 통합 주가지수나 프리미엄 지수 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등 별도 혜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를 통해 코넥스→코스닥 일반→코스닥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코스닥에서도 기업규모나 재무상태 등에 따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 등으로 나눠 관리하는 '소속부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지난 4월 기준 우량기업부에 속하는 기업들은 전체 상장사의 28%나 되는데 우량기업부라고 해서 큰 혜택이 있거나 투자자에게 위상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를 이름만 바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로 도입하는 건 무의미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량기업군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놓은건 없다"며 "누가봐도 우량기업이라 볼 수 있는 기업들 위주로 (코스닥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게 하자는 맥락에서 차근차근 구체 방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사 직전 코넥스 시장, 살릴 수 있을까
코넥스 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올해도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이 역대 최저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거래소가 제시한 건 일부 기업을 코스닥 상장 전 일정기간 코넥스에 상장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SPAC)을 제외하면 코스닥 상장하는 회사가 1년 80여개사인데 그 중 하위권에 속하는 기업들은 코스닥 직접 청구를 받지 않고 코넥스를 일정기간 경유해야만 (코스닥 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 이전상장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인큐베이팅 기능도 강화한다. 코넥스에 상장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정자문인(증권사)에 수수료 4000만~5000만원 이외 매년 자문비용을 내는데 이 부담도 줄이겠단 계획이다.

지정자문인의 유동성공급자(LP)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3년인 LP 의무를 1년으로 줄이고 공시 대리 의무 규정도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을거란 설명이다.

다만 코넥스 상장 기업들이 가장 많이 바랐던 투자자 예탁금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코넥스 기업에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3000만원이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초기 중소기업이다보니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예탁금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