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덕에 뜬 이 제약사, 속으로 칼 가는 이유는?

이번 달 제약기업 중 가장 눈에띄는 주가흐름을 보인 곳은 제일약품이다. 수개월 지지부진한 흐름이던 주가는 회사가 전 세계 코로나19(COVID-19) 백신 공급을 주도한 화이자 관련주로 분류되며 꿈틀댔다.

제일약품 (17,480원 ▲40 +0.23%) 매출에서 화이자 도입약(외부에서 들여온 의약품) 비중이 상당한데다 회사 대표가 한국화이자제약에서 한국인 최초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오랜만의 주가 반등에도 제일약품 내부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왜 그럴까.


26일 종가기준 제일약품 주가는 지난 12일 대비 8.1% 오른 3만5900원을 기록했다. 지난 1년여간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이는 의미있는 반전이다. 제일약품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10일 10만5500원을 찍은 뒤 3만원대 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달 12~15일 4일간 흐름만 놓고 보면 주가 상승 체감폭은 더 컸다. 이 기간 회사 주가는 10.1% 뛰었다.

오랜만에 주가에 숨통이 트인 배경은 화이자였다. 제일약품 주가가 움직인 시점을 전후해 영국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에서 현재 세계 코로나19 백신 주도권을 쥔 화이자 백신이 내년 전 세계 백신 시장의 43.5%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당국의 화이자 정식 승인과 부스터샷(추가접종) 허가, 5∼11세 연령층 접종 확대 전망 등 소식까지 겹쳤다.

'도입약'은 제일약품과 화이자와의 연결고리였다. 제일약품 전체 매출에서 화이자 도입약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단일 품목으로만 회사 매출의 약 25%를 지탱한다.


회사 대표인 성석제 사장은 한국화이자에서 재정담당 상무를 거쳐 한국인 최초로 부사장까지 올랐다. 성 사장은 화이자 약품을 적극 도입했고 그가 제일약품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2005년부터 지난해 까지 17년간 회사 매출은 세배 가량 성장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화이자가 백신 국면을 타고 성장세를 더하자 자연스레 제일약품에도 관심이 쏠린 셈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오랜만의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차분하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사실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던 무렵부터 관련 소식이 나올때 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꿈틀댔다"며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약을 앞세워 도입약 의존도를 줄인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운 만큼, 화이자 백신의 약진과 도입약을 연결고리로 한 시장의 주목이 앞으로 사업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

제일약품은 신약을 위해 지난해 회사 출자로 온코닉테라퓨틱스라는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를 만들었고 이중표적항암제 'JPI-547'와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JP-1366'를 핵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로 내세운 상태. 특히 JPI-547는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시판 허가 승인 시 7년 간 독점권 부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JP-1366의 임상 3상 승인신청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내 임상 3상과 함께 유럽 임상 3상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약 6000억원 규모인 국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시장은 물론 전 세계 21조원 시장도 노크한다는 포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위해서는 실탄 마련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추후 온코닉테라퓨티스의 기업공개(IPO)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2024년을 목표로 온코닉테라퓨틱스의 기업공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