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차라리 프랜차이즈 총량제는 어떤가

삽화_tom_자영업자_폐업_임대문의 /사진=김현정디자이너

휴일 저녁 가족과 동네 한 식당을 찾았다 낭패를 봤다. 코로나 여파를 못버틴 것인지 폐업했다. '임대문의' 종이가 나붙었는데 조만간 모 외식브랜드가 들어올 예정이란다. 우리 주변에서 매일 반복되는, 쓸쓸하면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주 이재명 후보의 음식점 총량제 발언에 정치권이 시끄럽다. 개인택시처럼 음식점 개폐업때도 면허를 사고팔아 전체 음식점 수를 정부가 관리하자는 아이디어다. 그러자 "국민의 밥벌이까지 허가 받아야하느냐" "아무말 대잔치" "헛소리 총량제 부터" 등 야당의 비판이 쇄도했다. 결국 공약아닌 고민 수준으로 수습됐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자영업은 우리 사회가 숙고해야할 화두다. 음식점 숫자만 일본의 2배, 미국의 7배에 달할 정도로 자영업 전반이 비대한 구조여서다. 준비안된 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자영업 폐업률은 98%에 달한다. 이해 당사자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단체 조차 총량규제론에 공감하는 이유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조리 재능이나 사업역량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창업했다"는 천진난만(?)한 이들이 적지않다.

음식점 과당경쟁의 근본 원인은 두고 증상만 치료한다는 비판도 있다. 현정부 경제정책, 특히 일자리 정책의 실패를 꼬집은 것인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구직자, 노후준비가 마땅치 않은 은퇴 베이비부머들에게 자영업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그러나 이같은 자영업 과잉이 비단 현 정부만의 실책인가. 사실 정권을 떠나 자영업 과포화는 지난 10년이상 해묵은 난제다. 택시만 해도 공급과잉 이슈로 2005년 총량제가 도입됐다. 적정 수요를 초과해 매년 감차 논의가 나오지만 택시업계 거센 반발에 당국은 눈치만 본다.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개편과 별개로 자영업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자영업 과당경쟁을 부추긴 원인중 하나로 프랜차이즈 정책의 패착을 지목하는 이가 많다. 안그래도 '레드오션'인 자영업 시장으로 불나방처럼 유입되는 대문을 프랜차이즈가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위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10만 6000곳인데, 매년 5000여개씩 늘고있다.

프랜차이즈 과잉은 이명박정부 때 시작됐다. 건설사 CEO 출신 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 신도시를 통한 대대적인 주택공급에 나섰고 그 배후시설로 내세운 게 프랜차이즈였다. 정주 여건이 부족한 신도시에 프랜차이즈는 딱 들어맞는 솔루션이었다. '가맹점 1000개 국내 브랜드 100개 육성'이라는 정부 보도자료가 그때 나왔다. 프랜차이즈 창업붐이 일었고 정부도 이를 지원했다 .


그런데 이렇다할 규제가 없다보니 부실 프랜차이즈가 난립했다. 아무 준비가 안된, 월급봉투만 기다리던 '백면서생'들이 한두달만에 식당주인으로 탈바꿈했다. 가맹 수수료만 노려 묻지마 창업을 부추긴 사기꾼이 들끓었다. 과잉출점, 근접출점이 이어졌고 같은 간판을 단 치킨, 피자집이 동네 곳곳에 문을 열었다. 창업초기 부푼 기대감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자영업자 몫이었다. 결과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전체 외식 자영업의 총량을 부풀리고 과당경쟁을 부추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난립의 부작용은 그뿐만이 아니다. 나름의 개성있던 음식점들이 자본력을 갖춘 프랜차이즈에 밀려 났다. 명소이던 가로수길, 경리단길, 삼청동길, 연희동길의 특색있던 가게들은 사라지고 어느새 프랜차이즈 브랜드 골목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 점포 임대료는 폭등했다. 손바뀜이 잦고 임대료가 오르니 부동산중개소들만 쾌재를 불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자 우리 경제활동인구의 24%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삶을 지키는 것은 다음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다. 물론 창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음식점 총량제가 거북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각자도생식 방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정 안되겠다면 프랜차이즈(가맹점) 총량제라도 고민하는게 맞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