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길거리가 달라졌네…코로나 후 출근길 '필수템' [US포커스]

뉴욕 맨해튼 거리의 시티 바이크 /사진=임동욱 특파원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속에서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찾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뉴욕시의 공유 자전거는 급증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 내 자전거 판매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지하철 같은 기존 공공 교통수단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뉴저지에서 뉴욕시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중에는 도시간 이동은 광역버스로 하고, 뉴욕시 내 이동은 공유 자전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뉴욕시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시티 바이크'(Citi Bike)의 인기에 대해 보도했다. 이용객이 많은 지역의 일부 사용자들은 공유 자전거를 반납할 도킹 스테이션을 찾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전거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사용한 후 다시 도킹 스테이션에 반납하면 이용시간 및 요금이 결정·결제된다)

무려 6개의 도킹 스테이션을 돌았지만 자리가 모두 꽉 차서 반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 회사에 지각했고, 결국 포기하고 자전거를 사무실로 가져갔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뉴욕 맨해튼 거리의 시티 바이크 /사진=임동욱 특파원

리프트(Lyft)가 운영하는 시티 바이크는 2013년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 일부 지역에서 자전거 6000대와 파킹 도크 1만2000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시티 바이크는 자전거 약 2만4000대, 파킹 도크 4만7000여개로 늘어났고, 스태튼아일랜드를 제외한 뉴욕시 전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미국 내 최대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시티 바이크는 뉴욕시 교통국과 함께 내년 말까지 4000대의 자전거와 8000개의 파킹 도크를 맨해튼, 퀸스, 브루클린 지역에 추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 말까지 총 4만대의 자전거와 7만5000개의 파킹 도크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행크 구트만 뉴욕시 교통국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티 바이크가 붐을 일으키고 있고, 시스템 확장을 위해 리프트와 긴밀하게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우리는 공유 자전거가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가장 붐비는 지역의 파킹 도크를 2배 가까이 늘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유 자전거는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보스턴의 공유 자전거는 1000여대에서 현재 4000대로 늘어났고, 샌프란시스코에선 2013년 700대에서 현재 4500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시카고의 공유 자전거는 750대에서 1만1500대로 늘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미국인들이 통근, 레저, 운동 습관을 바꾸면서 자전거 판매량도 급증했다. 뉴욕시 교통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자전거 여행은 전년 동기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7일까지 올해 시티 바이크 이용건수는 2019년 연간 전체보다 400만건이나 더 많은 2520만건에 달했다. 지난 9월 이용건수는 330만건으로 사상 최대 월간 기록을 썼다.

뉴욕시는 '자전거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뉴욕시 내에는 약 1400마일(2253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있다. 이 중 569마일(916킬로미터)은 자전거 이용자와 자동차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장애물이 있는 보호차선이다. 올해 뉴욕시는 55마일(89킬로미터)의 자전거 도로를 추가할 계획이며, 이 중 30마일(48킬로미터) 구간은 보호 차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새 뉴욕시장에 취임하는 에릭 아담스 당선자는 4년 내 자전거 사용을 독려하고 300마일(483킬로미터)에 달하는 보호된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시장 선거 운동 기간 시티 바이크를 이용했다.

뉴욕 맨해튼 거리의 시티 바이크 /사진=임동욱 특파원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판매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시장조사업체 NPD그룹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에서 신형 자전거의 평균 판매가격은 346달러로 전년 대비 28%, 2019년 평균 가격 대비 54% 상승했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에 대한 선호, 대도시에서의 자전거 도로 확대 등으로 자전거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전거 업계는 예상치 못했던 호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텍사스에서 5곳의 자전거 샵을 운영 중인 우디 스미스는 WSJ에 "코로나 팬데믹은 많은 기업들에게는 저주였지만 우리 같은 곳에는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만3400대의 자전거를 팔았는데 2020년 1만8200대를 팔았고 올해는 2만2000대를 팔 계획이다. 그가 판매하는 자전거 브랜드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가격을 평균 8~10% 인상했는데, 구매자들은 높아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