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어두운색 옷 입고 무단횡단해 사망…'과속' 운전자는 무죄 받았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삽화,교통사고,무단횡단,노인,신호등,빨간불,사고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야간에 어두운 옷을 입고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2일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호동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6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운전업에 종사하는 A씨는 2020년 12월 18일 오후 8시 13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적색 신호 상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B씨(74)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A씨는 선행하던 차량이 무단횡단하는 B씨를 발견하고 속력을 줄이자 옆 차선으로 진행차로를 변경했다. 그러나 선행 차량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B씨와의 거리가 10~11m 남은 상태에서야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당시 B씨는 상·하의 모두 어두운 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같은 날 오후 9시15분쯤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 B씨를 충격하기 전 A씨는 도로 제한속도(60km/h)를 8.93㎞/h 초과한 상태로 운행 중이었다.

검찰은 A씨가 전방 주의의무를 게을리하는 등 업무상 과실로 사망사고를 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이 판사는 "사고가 운전 중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일어났다고 단정짓기 어렵고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다"며 밝혔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는 위, 아래 어두운 옷을 입은 채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진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후에 횡단보도에 진입했다"며 "피해자의 의복 색상과 피고인의 시야가 선행 차량에 의해 제한돼 있던 사정을 볼 때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했더라도 사고 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